빛나는 순간은 짧다

아이들의 순수한 찰나를 기록하자

by 리유



초등학생이 된 이후부터는 한번 나가면 헉헉 될 정도로 같이 뛰어 놀아줘야 한다. 체력이 받쳐주지 않아서 인지 언젠가부터 함께 나가도 벤치에만 앉아 있었고 아이들도 나를 찾지 않았다. 되돌아보니 최근 몇 달은 독박육아인 주말에도 놀이터 길 앞도 밟지 않았던 듯하다.

그런데 평소 집에서 책과 데굴거리던 아이들이 갑자기 놀이터에 가잖다. 엄마랑 같이 가면 재미없다더니 웬일인가. 귀찮기도 반갑기도 했다.


그렇게 킥보드 하나씩 끌고 향한 동네 놀이터. 오랜만에 엄마랑 나와서 그런지, 벤치에 앉아있지를 못하게 한다. 게다가 그네를 밀어달란다. 헉. 너희들 이제, 25킬로도 넘었는데 그. 네. 를. 밀. 어. 달. 라. 고. 하하.

그래, 일단 밀어주자. 묵직하다. 잘 밀리지도 않는다. 한 번, 두 번, 세 번 온 힘을 다해 밀어주던 중, 왜 이렇게 세게 안 밀어주냐며 투덜거리더니, 이내 자기들이 탄다며 멀리 떨어지란다. 하하.




문득 다섯 살 즈음 되었을 때가 떠오른다.

그때도 주말엔 혼자 아이들을 볼 때라, 셋이 놀이터에 자주 나왔었더랬다.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이자,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그네 타기였다. 둘이 번갈아가며 100번씩 밀어주기. 그리고 마지막 90번째부터는 100까지 함께 외치며 최선을 다해 세게 밀어주기.


아이들은, 하늘이 발에 닿을 것 같다며 꺄르륵 웃곤 했다.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올 때면 바람이 엄마를 도와준다며 고개를 옆으로 살짝 돌려 활짝 미소 지었었다.

무릎 위에 작은 몸을 안고 작은 별 노래와 함께 살랑살랑 함께 탄 날도 있었다. 어쩔 땐 엄마더러 그네에 앉으라더니, 둘이서 자그마한 손으로 영차 영차 밀어주기도 했다.

그때 아이들이 밀어주는 그네 바람에 하늘거리던 인디핑크 원피스 치맛자락이 어렴풋이 스친다.


하지만, 이제는 그네를 밀어줘도, 시소를 같이 타도 예전만큼 웃고 신나 하지 않는다. 그게 아이들이 자라는 과정이겠거니 여겨보지만, 순수했던 그때 나는 왜 맘껏 즐기지 못했을 까, 아쉽기만 하다.




그렇게 지루한 놀이터를 나오려는 순간, 첫째 아이가 모래를 만지작 거리기 시작한다. 둘째 아이가 생수병에 물을 담아 오더니 둘이 마주 앉아 모래성을 쌓아 올린다. 그리고 이내, 양쪽에서 굴을 만들어 손이 마주칠 때까지 속을 뚫는 놀이로 이어진다. 놀이터 신입 때부터 자주 하던 건데, 유치원 다닐 적에 보고 4년 만이다.


그때의 그 귀여움, 순수함이 떠오른다. 땀이 뻘뻘 흐르는지도 모르고 모래의 감각, 모양을 온전히 즐기는 손짓과 눈빛, 서로 조금만 더 힘내라며 쫑알대는 입술, 두 손이 마주쳤을 때 활짝 웃는 얼굴.

그때보다 20센티씩은 더 커진 아이들이지만, 아직도 모래 하나로, 한참을 집중해서 놀아주는 아이들의 모습이 고맙고 반가웠다.



아, 달라진 점이 하나 있었다.

다섯 살 땐 모래 굴속에서 손이 마주치면 와, 하고 웃더니, 초등학교 3학년인 오늘의 첫째는 한마디 시크하게 던진다.


'와, 드디어 만났다. 으, 근데 너 손 만지니까 징그러워.'




순수함의 중간 어딘가에 있는 아이들의 몸짓이, 마음이 하나하나 소중하게 보인다.

몇 년 뒤 내 키만큼 커 있을 아이들을 바라보며 지금의 이 순간을 또 떠올리겠지, 그리워하겠지. 하며 찰나를 기록해 본다.




*사진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