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사용할 수 있는지 잘 생각하고 골라야 해'
어린이날 선물을 사주기 위해 집을 나설 때부터 단호하게 강조했던 말이다.
2주 전부터 선물을 사달라고 노래를 부르던 아이들. 여태껏 본 것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옷을 갈아입고 신발을 신는다. 학교 갈 때도 이렇게 할 수 있는 거 아니었니 얘들아.
큰 맘 먹고 방문한 백화점. 디즈니부터 라인프렌즈, 장난감 창고 대방출 존까지 어린이를 위한 세상이다.
정말 갖고 싶은 것 딱 하나씩 고르기로 약속했다.
평소에도 선택이 빠른 첫째 아이는 일찌감치 장난감 카메라를 집어들었다. 하지만 세 군데를 돌아다니며 서른 가지는 넘는 장난감을 들었다 놨다만 하는 둘째 아이. 답답해하는 목소리로 아이에게 묻는다.
"갖고 싶은 게 없어?"
".. 아니, 좋은 게 몇 가지 있긴 한데, 오래 좋아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그래,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걸로 고르긴 해야지."
순간, 아이의 눈빛이 바닥으로 향한다. 큰 한숨을 내쉰다.
분홍색, 파란색의 알록달록한 장난감에 둘러싸여 한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는 아이, 작은 입술을 손으로 만지작 거리는 작은 아이를 바라보다, 아차 싶었다.
다리를 구부리고 앉아 같은 키가 되어본다. 기다림에 지친 마음이 조금 누그러진다. 눈을 가만히 바라본다.
그 작은 눈동자에 고민이 가득하다. 아이는 사고 싶은 게 있긴 하다. 하지만 계속 갖고 놀 수 있을지 잘 모르겠는 거다. 스스로 물건을 골라본 경험을 쌓고 있는 아이에게 너무 힘든 결정을 하게 한 건 아닐까.
아이의 보드라운 손을 잡고 눈을 맞추며 다시 얘기해 준다.
"음.. 오늘은 어린이날이니, 어린이답게 선물을 골라볼까? 이 중에서 가장 갖고 싶은 걸 골라봐, 그럼 그게 바로 오래 좋아할 수 있는 장난감일 거야."
그제야 어두웠던 표정이 밝아진다. 신난 목소리로 마음속에 찜콩해 두었던 장난감 두 개를 말한다.
가로 세로 50센티가 넘는 거대한 인형의 집 하나, 움직이는 토끼인형 하나. (집에 움직이는 강아지 인형이 있다. 심지어 제조 회사까지 같다.)
'집에 있는 거랑 거의 똑같은데?'라는 말을 꿀꺽 삼켰다.
"정말 귀엽다. 엄마도 같이 돌봐줄게. 잘 골랐어." 토끼인형 상자를 얼른 꺼내 아이의 품에 안겨주었다.
알록달록 선물 세상에서 나온 아이는, 몸집의 반 만한 박스를 굳이 혼자서 들겠단다.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엘리베이터에서 주차장까지 쫄래쫄래 따라온다. 한걸음에 한 번씩 박스 안에 있는 토끼를 바라본다. 걸어오는 그 길이 얼마나 행복했을까. 토끼 인형을 만날 생각에 얼마나 설레었을까.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며, 어른의 잣대에 맞춰 아이에게 건넸던, 혹은 강요했던 모습들이 있었던가 되돌아본다. 미안함이 몰려온다. 조금만 더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 볼걸, 후회스럽다.
아이는 자라고 있는 중이다. 감정을 표현하는 법, 추스르는 법,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 하고 싶은 것과 해야만 하는 것 등을 알아가고 있는 중인 것이다.
스스로 알고 깨우치게 해야 할 것을, 어른의 말이 정답인 냥 생각을 가둬버리고, 그 안에서 어려움을 겪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쉽지 않을 것이다.
아이의 마음과 시선에서 무언가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것은.
연습이라도 해보자.
말을 건네기 전에, 아이의 키에 맞추어 허리를 숙이고 눈을 맞춰 보자.
그리고 아이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자.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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