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이스크림 사주라. 헤에.’
토요일 오전, 미술학원을 마친 여덟 살 두 여자아이가 고양이 눈망울을 하고 합창을 한다. 세상 애절하다. 도저히 사주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럴까? 좋아!”
“와~”
폴짝폴짝 제자리 뛰기에 박수까지 더하며 환호한다.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가는 발걸음이 한껏 발랄하다. 둘이 나란히 붙어 냉동고 주변을 서성이더니 머리를 맞대고 뭔가 심각한 말을 주고받기 시작한다. 도대체 무슨 얘기를 그리 진지하게 하는 것일까.
“무슨 맛 먹을까?, 아~ 먹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콘으로 된것도 먹고 싶고, 쭈쭈바도 먹고 싶고, 어떻게 하지? 지난번에 이거 먹었으니까 이번에는 이거 어때? 그럴까? 그럼, 네가 멈춰! 해줘. 어느 것을 먹을까요. 멈춰!.”
...
...
마침내 그녀들의 토론이 끝났다. 마치 큰 결심을 한 듯 냉동고 문을 힘차게 열고 각각 아이스크림 하나씩을 집어 든다. 딸기맛과 초코맛 아이스바다. 그것도 지난주에 먹었던 것과 같은 종류이다. 하하.
30도를 훌쩍 넘는 더위에 습도까지 높았다. 엄마라는 사람은 감기로 마스크를 쓴 데다가 저질체력답게 걷는 것도 힘겨워했다.
샌들을 질질 끌며 걷고 있던 중, 아이 하나가 ‘엄마~ 여기 봐바~ 나뭇잎 터널이야~' 하고 귀염진 말을 건넨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시선을 앞으로 옮겨보니, 아이스크림을 손에 들고 발맞추어 걷고 있는 두 아이의 모습이 시야에 잡힌다. 하늘에는 초록빛을 가득 머금은 나뭇잎들이 반짝이고 있다.
한껏 푸르러진 초록 잎들 사이로 화사하게 내비치는 햇빛, 아이들의 걸음걸이에 맞추어 하늘거리는 파랗고 하얀 치마, 분홍색 샌들의 폴짝거림, 아이들의 작은 손과 옷에 알록달록 묻어나는 아이스크림, 더위에 벌게진 양 볼을 씰룩 거리며 ‘음~ 행복해’를 연신 외치는 아이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미소 짓고 있는 나.
이 모든 것이 한 여름의 어여쁜 장면으로 그려진다. 순간, 한 문장이 머리를 스친다.
'매일의 오늘은 과거가 된다.'
현재의 작은 순간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과거가 되고 있다. 아이들의 움직임, 주변의 소리, 공기들이 그 무엇보다 소중하게 와닿는다.
습도와 피곤함에 쏠려 침침했던 기분이 어느새 곁에 내려앉은 찰나들과 함께 밝아졌다. 지금 갖고 있는 것에 집중하면 행복해진다 라는 말이 바로 이런 것인가.
이제 그 따스한 기분을 맛보았으니, 앞으로 더욱 온전히 만끽해 봐야 겠다고 다짐해 본다.
이제, 집으로 들어가면 여느 주말과 같이, 저녁을 차려 먹고, 숙제를 돕고, 씻고, 책을 읽고 잠자리에 들 것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과이지만 그 사이사이의 말들과 표정, 행동, 감정들은 모두 다른 모습으로 자리 할 것임을, 그리고 그 안에 행복이 깃들어 있을 것임을 이제는 알겠다.
오늘부터는 감사 일기장에 한 가지씩 더 적어봐야겠다. 매일의 기억하고 싶은 순간, 그리고 그때 선물 받은 감정 한 줄씩이라도 떠올려봐야 겠다.
그렇게 매일의 우리를, 나를, 행복을 남겨 둬야겠다.
*사진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