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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하영 Jun 09. 2022

너무 좋아서 소문내고 싶은 라벨


얼마 전 인사동 가는 길, 드뷔시의 음악과 함께 들었던 라벨의 음악을 소개하려고 한다.


지하철을 오랜만에 탔다.

보통 평소에는 자차를 즐겨 이용한다. 아는 작가님의 전시가 안국동에서 열렸다. 주차가 불편한 곳이라 지하철을 이용하게 되었다. 뚝섬역은 지상에서 탈 수 있어서 좋다. 이 날 날씨가 매우 좋았던 것 같다.

뚝섬역 지붕


처음 안국역으로 가보는 길. 뚝섬역에서 탔다. 한가로운 낮 시간, 지하철은 텅텅 비어있었다. 2호선으로 쭈욱 을지로 3가까지 가서 3호선으로 갈아탔다. 을지로 3가에서 3호선으로 갈아타는 통로의 길이가 꽤 길었다. 에어팟을 귀에 꽂았다.

얼마 전 [클래식 플레이리스트 정리하기] 프로그램을 통해 한 분의 플레이리스트를 정리해준 것 중 “아침, 독서” 플레이리스트를 골랐다. 그림을 그리는 분이라 홀로 작업하는 시간이 많을 그분은 방대한 양의 클래식을 듣고 계신 분이었다. 평소 이용하는 음악 애플리케이션에서 재생해주는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랜덤으로 음악이 재생되는 중에 맘에 드는 앨범이 있으면 다 집어넣어서 듣고 계신 분이었는데, 사실 하나의 앨범이 나의 한 모먼트를 적절하게 커버해줄 정도의 일련의 곡들이 나오지 않는다.

다양한 음악과 다양한 악상이 흘러나오는 한 앨범의 음악들은 자꾸만 음량을 줄이거나 넘기게 만든다. 그분은 항상 아침에 독서를 하며 유일하게 여유를 즐기는 분이었다. 그에 맞는 적절한 음량과 음향, 음들과 곡의 분위기를 그분이 평소 담아놨던 앨범들을 토대로 정리를 해주었었다.

이렇게 정리된 “아침, 독서” 플레이리스트를 오늘 내가 즐겼다.

모리스 라벨 Maurice Ravel부터 시작했다.


인사동에서 프랑스 정취를

사실 아직 프랑스를 가보지 못했다. 그저 매체를 통해서, 사진을 통해서, 지인의 경험담을 통해서 접한 프랑스의 느낌이 다이다. 그리고 그렇게 모아진 정보에 프랑스 음악을 입혀 상상을 더한다.

그저 단순히 간접적으로 보고 들은 것들은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것들이 전부이겠지만 음악을 함께 하면 실제 내가 경험하는 듯하고, 그 감동이 훨씬 가깝게 느껴진다.

음악이 주는 가장 특별하고 신기한 부분이다. 음악 클래스를 진행하면서 스스로도 가장 재밌는 주제는 나라별 음악을 비교하며 감상하는 것이다. 독일은 독일의 분위기가 있고, 프랑스는 프랑스 분위기가 있고, 이탈리아, 북유럽, 한국, 일본 등 각 나라가 주는 뚜렷한 색깔이 있다. 클래식 음악은 계속 듣다 보면 작곡가까지 디테일하게 맞추지는 못해도 나라는 구분할 수 있게 된다.

많은 나라들을 직접 경험해보진 못했지만 음악을 들어보라. 그러면 훨씬 더 가깝게 느껴지고, 다양한 상상력을 더할 수 있을 것이다.


라벨이 누구인가

라벨을 모르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솔직히 라벨은 다 알 줄 알았다. 그러나 사실 베토벤도 다들 이름만 알고 '월광 소나타' '운명교향곡' 정도만 알지 더 이상은 잘 모른다는 사실에 처음엔 조금 놀랐었다. 그렇지만 그게 너무 당연한 거라는 것을 지금은 깨달았다. 나 또한 클래식 분야 외에 다른 분야의 전문가는 잘 모르지 않는가.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사람들 스스로도 클래식 음악을 모르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절대 그러지 않으면 좋겠다. 나는 팝 가수도 잘 모르고, 재즈 뮤지션도 잘 모른다. 그렇지만 그걸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취향 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모른다는 사실을 당당하게 얘기한다. 하지만 유독, 클래식은 사람들이 모르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길 꺼려한다.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그저 알고 싶다면 어렵지 않게 물어보고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Joseph Maurice Ravel 모리스 라벨 (1875-1937)

라벨은 프랑스 작곡가이다. 드뷔시보다 십 몇 년 더 뒤에 태어났지만 드뷔시보다는 조금 더 고전적인 느낌이 나는 작곡가이다.  인상주의 화법에 고전적 양식을 더해 그만의 스타일이 탄생했다. 개인적으로 드뷔시보다 음악의 범주가 더 넓다고 생각이 드는 인상주의 작곡가이다.


고전적인 것, 낭만적인 것
고전적이라 함은 형식에 맞춰진 음악으로 보면 된다. 추구하는 모티브(보통 음형으로 이루어져 있는)로 주제를 만들고, 그 주제가 2개가 제시가 된다. 그 주제들을 규칙적이고 통일성 있게 전개시키고 발전시키는 음악이 고전적이다 얘기할 수 있는 하나의 예가 된다.
낭만적이라 함은 자율성이다. 음악을 연주자가 어느정도 임의대로 연주를 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진다. 낭만주의 시대에는 개인의 감정과 환상을 그려내고 형식을 탈피하여 음계와 박자 등 다양하게 쓰였다.


드뷔시는 자신만의 색을 매우 뚜렷하게 만들어낸 작곡가이다. 그래서 낭만주의 음악가로 구분 짓기보다는 인상주의라는 새로운 시대로 나뉘었다. 몽상적이고 신비스럽고, 음들의 나열이 매우 독특하여 한 번만 들어도 어느 정도 음악에 취하기 쉬운 색깔을 가졌다.

라벨 또한 드뷔시와 비슷한 분위기를 가진 음악을 작곡했다. 그에게 드뷔시의 영향은 꽤 컸을 것이다. 그러나 라벨은 조금 더 낭만주의 성향과 고전적 형식미를 가지고 있는 작곡가이다. 멜로디가 뚜렷이 들리고, 전개 방식을 가지고 있는 라벨의 음악은 인상주의가 주는 색채적인 음색보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선율이 좀 더 뚜렷하고 아름다운 낭만적인 음악가이다.


사람들은 드뷔시는 알아도 라벨은 잘 모른다.

그렇지만 이 노래는 꽤 많이 들어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의 유희", "죽은 황녀를 위한 파반느", “볼레로” 등


https://youtu.be/fyjCvEHOnO4

라벨의 '물의 유희' [조성진]

https://youtu.be/K2M7BD54glY

드뷔시의 '물의 반영' [조성진]


Debussy: Image 1, L.100: 1.Reflets dans l'eau

드뷔시의 [영상 1집]에 1번인 물의 반영은 아마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정말 호숫가에 떨어진 돌로 인하여 물의 잔결이  퍼져 나가는 모양이 연상이 된다. 계속적으로 음악이 물결을 이루는 흐름이 느껴지는 곡이다.

Ravel: Jeux d'eau, M.30

라벨의 물의 유희는 한 방향으로 퍼져나가는 물의 흐름의 느낌보다는 자유자재로 뻗어나가 예상할 수 없는 물결이 연상이 된다. 라벨의 이 곡이 꼭 드뷔시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이 되었을 것 같지만 사실 이 곡은 리스트의 [순례의 해 3집]의 "에스테 별장의 분수"의 곡에서 영향을 받아 작곡되었다고 한다.


Liszt: Années de pèlerinage / 3ème année, S. 163 - No. 4 Les jeux d'eau à la Villa d'Este

https://youtu.be/DPRLI7xOy_w

리스트 "에스테 별장의 분수" [헬렌 그리모드]


드뷔시의 물결은 조금 더 우아하고 잔잔하다. 리스트와 라벨은 그와는 조금 다르게 청량하고, 에너지틱하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던 3명의 작곡가의  물의 표현이다.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세 곡은 산책하는 길에 자주 듣는다. 미스테릭 한 음의 나열이 발걸음을 한 층 가볍게 해 준다. 물의 표현이지만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볼 때 특히 이 음악들이 생각이 많이 난다.


혹시 따뜻한 햇살 아래 잠깐 걸을 일이 있다면 프랑스 작곡가의 음악과 함께 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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