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사동 거리를 걸으며 드뷔시 음악을 들었다.
그의 음악은 같은 공간도 매우 신비롭고 새롭게 만들어 준다.
#인상주의 #상징주의 #달빛 #화요회 #프랑스 작곡가 #만국박람회
드뷔시는 모르긴 몰라도 한국에서 느끼는 매우 프랑스적인 작곡가로 알려져 있을 것이다.
사실 드뷔시 이전에는 프랑스에 이렇다 할 자국의 대표가 되는 작곡가가 없었다.
드뷔시 이전에는 프랑스에서는 쇼팽(폴란드)이나 리스트(헝가리) 등이 활동하며 프랑스 작곡가가 아닌 타국의 작곡가들이 주를 이루었다.
드뷔시 음악을 듣고 있으면 가보지도 못한 프랑스가 상상이 되고, 꼭 그 음악과 같은 나라의 분위기일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실제로 주변에 프랑스에서 그림 유학을 하고 온 친구들은 모두 드뷔시의 음악을 좋아하고, 그들의 작업에 영감을 주기도 한다.
드뷔시는 어렸을 적 매우 선생님 속을 썩이는 아이였다고 한다. 반항심(?) 같은 그의 도발적인 음악 성향은 선생님들에게는 매우 골치 아픈 아이였을 거라는 생각은 사실 그의 음악을 들어보면 단번에 알 수 있다. 드뷔시는 이전 음악가들의 작품과는 정말 매우 색다른 뉘앙스로 다가온다.
"음악이 그려진다"
그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수채화 같은 그림이 떠오르고, 실제로 머릿속에 색감이 그려진다.
구조적이고, 주 선율을 가진, 규칙적이고, 전개가 있는 기존의 음악 형식에서 벗어나 드뷔시는 불분명하고 모호한, 환상적인 표현을 음악으로 묘사해냈다.
그렇기에 당시 드뷔시의 음악을 [인상주의]라고 표현이 절로 나오지 않았을까.
인상주의 : 전통적인 회화 기법을 따르지 않고 색채와 질감 자체에 관심을 둔다. 빛을 통해 시시각각 변화하는 순간을 묘사, 현재 눈에 보이는 세계를 객관적으로 묘사하고 기록하였다.
하지만 드뷔시 본인은 자신을 상징주의 음악가라고 일컬었다고 한다. 그는 "화요회"의 일원으로 당시 상징주의 시인인 "말라르메" "랭보" "보들레르" 등과 어울렸다. 함축적인 단어에서 느껴지는 것들을 음악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기존의 양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법의 음악을 작곡한 것들이며, 시각적으로 보이는, 그려지는 그의 음악을 들으면 인상주의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긴 하다.
당시 유럽에 있는 예술가들은 만국박람회에서 아시아에 대한 호기심이 꽤 생겨났다. 당시 상징주의 시인들 또한 동양의 신비로움과 상상력을 시로 써내기도 했고, 그 시를 가지고 프랑스 작곡가들은 가곡을 만들기도 했다.
드뷔시는 그때 인도네시아 자와섬의 합주단이 연주한 자바 가믈란을 처음 감상했다. 이때 감상한 음악으로 그의 음악 [Estampes, L.100 판화]모음곡 중 1번 [Pagodes 탑]을 작곡했다. 이 곡은 그의 상상으로 버마의 황금빛 불탑을 그려냈다고 한다.
며칠 전 거리를 걷다가 흘러나온 음악이 거리의 분위기를 전환시켜주었다. 드뷔시의 판화였다.
나뭇잎 사이로 바람에 살랑살랑 비치는 햇살과, 그늘진 한 편의 땅에 내려앉은 그림자의 흔들리는 바람결이 음악과 어우러져 뜨거운 한낮에 낭만을 가져다주었다.
음악으로 느낄 수 있는, 가질 수 있는 기분전환이다. 내 눈에 보이는 사물과 공기가 음악과 함께 어우러져 색다른 상상을 하게 해 준다.
판화 중 2번은 [La soiree dans Grenada 그라나다의 저녁]으로 스페인의 그라나다의 모습을 그려낸 음악이다. 아라비안 음계를 사용하여 작곡하였는데, 스페인 또한 드뷔시는 가보지 않고 오롯이 상상력으로 음악을 만들어냈다. 3번째 곡은 [Jardins sous la pluie 비 내리는 정원]으로 이 곡은 프랑스의 정원을 그려낸 곡이다.
클리우디오 아라우의 연주로 판화, 탑을 들어보자.
https://youtu.be/EWaDEy8fJw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