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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신애 Jul 10. 2022

오늘, 다들 왜 이래?

-뒤죽박죽 하루 도전기

“엄마, 어디 있어요?”     


나는 에어컨이 시원하게 틀어져 있는 마트 안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다녔다. 발을 동동 구르면서 계속 둘러보는데 엄마는 보이지 않는다. 엄마랑 비슷하게 하얀 머리를 한 할머니는 발견했는데, 우리 엄마가 아니다. 오늘 우리 엄마가 뭘 입었지? 핑크색 바지에. 윗도리가 뭐였더라. 당황하니까 기억이 안 난다.  

    

사위가 오랜만에 집에 오는 토요일, 장모님이 사위가 좋아하는 음식을 사주신다고 하셨다. 남편이 ‘중국식 냉면’을 골랐다. 남편이 가고 싶은 식당은 거리가 좀 있었다. 끝나고 쑥쑥 자라나는 아들의 옷도 사러 가야 하니까 차를 끌고 갑시다. 땅땅땅! 결정을 내렸다. 입맛이 까다로워서 자기 원하는 음식이 아니면 잘 따라 나오지 않으려는 아들은 집에서 먼저 점심을 먹였다. 친구들과 약속이 있다니 알아서 나가 노는 걸로.      


우리는 푸짐하게 중국식 냉면과 잡채밥으로 배를 채웠다. 식사가 끝나고 차를 타고 마트를 향해 가는데 밥을 먹고 나면 늘 졸리다고 하는 남편은 또 운전을 하면서 졸기 시작했다. 그래서 마트에 주차를 하고 남편은 잠시 차에서 눈을 붙이고 있기로 했다. 엄마와 나는 아이의 옷을 사고,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걸 어째. 너무 많이 먹었는지 배가 싸르르 아프기 시작했다. 이건 꼭 화장실에 가야 한다는 신호다.     

“엄마, 잠시만 보고 계세요.”     

나는 카트를 엄마에게 맡기고 화장실을 향해 뛰어갔다. 잠시 후 화장실에서 만족스럽게 나온 나는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받지 않았다. 또 전화를 하며 마지막으로 헤어졌던 곳으로 갔다. 전화를 여전히 받지 않는다. 갑자기 걱정이 스멀스멀 밀려오기 시작했다. 방송을 해야 하나? 우선 남편에게 와서 도와달라고 해야 할 것 같아서 전화를 했다.     

“오빠, 장을 보다가 화장실에 다녀왔는데, 엄마가 안 보이고 전화도 받지를 않으시네. 찾아봐도 안 보여서. 여기 와서 나 좀 도와줘야 할 것 같아.”

아니, 그랬더니, 남편 좀 보소.

“엉, 내가 갈게.”

그러더니 차에 시동을 거는 소리가 들렸다.

“오빠, 지금 어디가?”

“응, 지금 나가는 거야.”

“어디를?”

“주차장에서 나가는 중이야.”

“차를 가지고?”

“응.”     

아니, 왜 남편에게 와서 도와달라니까 차를 가지고 나간다는 걸까? 나는 그러지 않아도 골치가 아픈데 심하게 헷갈리기 시작했다. 오늘 다들 왜들 이래?     

그 순간 엄마가 나를 발견하고 손짓을 했다. 오, 감사합니다. 

엄마를 찾았으니 문제가 하나는 해결되었다. 그런데 남편은 대체 어디를 가고 있는 걸까? 마트에서 장을 봤는데, 남편은 차를 가지고 주차장에서 나갔다니 이 짐은 다 어떻게 하지?     

결국 남편은 주차장 근처로 돌아왔고 엄마와 나는 짐을 낑낑대며 들고 걸어서 차까지 가야 했다. 차에 타고나서 나는 남편이 어디를 가려고 했는지 물었다.

“응, 사실 자다가 전화받고 무조건 나갔어.”

놀랍군. 자다가 잠결에 나갔다는 거구나.

다음으로 엄마에게 전화를 왜 전화를 안 받으셨냐고 물었다.

“응, 전화기를 집에 놓고 갔네.”

나는 엄마가 들고 간 가방을 바라보았다. 전화기도 없는데 가방은 왜 들고 간 건데?

게다가 나는 엄마가 어린애도 아니고 엄마가 안 보인다고 왜 그렇게까지 발을 동동 굴렀을까.    

  

그다음 날은 일요일. 아이와 교회에서 돌아와 보니 엄마가 집에 계시지 않았다. 아직 오고 계신 중인가 보다. 밖이 너무 더워서 엄마가 걸어오시면 너무 힘드실 것 같았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마중 나가기로 결정하고 카카오톡으로 ‘엄마, 지하철역에 도착하시기 전에 연락해 주세요. 제가 차로 모시러 갈게요.’라고 썼다. 

그런데 조금 이따가 엄마가 그냥 걸어서 집에 돌아오신 것이 아닌가.

“엄마, 제가 보낸 톡 못 보셨어요?”

“응, 전화기를 또 두고 갔네.”

어이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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