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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신애 Jul 12. 2022

아니 뭐라고?

 드디어 평화롭게 나의 인격들이 조화를 이루어 사나 보다 했다. 나의 복잡한 연애사도 정리되는가 보다 했다. 

그러나 ‘결혼’ 이야기는 모든 평화를 파괴했다.     

“우리 어머니가 점을 보셨는데, 너랑 나랑은 상극이래. 그런데 나는 믿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마.”     

‘뭐라고?’

엘리사벳과 제인이 동시에 외쳤다. 그 두 인격도 혼란을 겪고 있었다. 이 얘기를 듣고 나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뭘 어떻게 해. 너는 다 끝난 거지.’

블레어가 여태 숨죽여 기다리던 기회를 잡았다는 듯이 치고 올라왔다. 어쩐지 오래간다 했어. 

그런데 이제는 블레어를 무시할 수가 없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차피 결혼 이야기가 진행될 때부터 불안 불안했더랬다. 나이 차이가 문제가 되었을 뿐 아니라 신앙이 다르다는 문제도 있었다. 첫사랑인 개새끼 때문에 종교문제를 배제하고 사람들을 만났었는데 결혼은 다른 문제였다.     

나는 차분하게 인격들의 회의를 열었다. 이렇게 침착하게 분열된 인격들을 모아보기는 처음일세.

“자, 우선 먼저 발언할 인격?”

역시 블레어가 손을 번쩍 들었다.

“너, 이런 결혼 했다가는 구박만 받다가 끝난다. 넌 드라마도 안 봤냐?”.

“이번에는 나도 좀 그런 것 같아. 상대가 너무 강하면 지금은 몰라도 나중에는 네가 하고 싶은 일들을 못할지도 몰라.”

제인이 차분하게 블레어의 말에 동의했다.

“하지만 그 사람과 함께하고 싶었던 꿈은?”

엘리사벳이 이견을 제시한다.

“꼭 이 사람이랑 만나거나 결혼해야 꿈이 이루어지는 건 아니잖아.”

웬일로 제인과 엘리사벳의 의견이 달랐다.

“이제 그만둬.”

블레어가 득의양양해서 말한다.     

그래, 그만두자. 2대1이쟎아. 나는 남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동안 느꼈던 감사함을 말하고 아무래도 우리는 안될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남자 친구도 굉장히 담담하다. 아마 이렇게 될 것이라고 미리 알고 있었던 듯하다. 그만두자고 먼저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내가 이야기하도록 신사적으로 기다렸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전화를 끊고 나는 말했다.

“그래, 잘됐어.”

드디어 머릿속에 고용함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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