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도 커밍아웃해.
모든 인격들이 번 아웃되어서 나가떨어졌다. 이제는 고요가 찾아왔다.
사랑이고 뭐고 귀찮기만 한 시기.
우리가 왜 다른 사람들에게 기대어 살아가야 하지?
언제서부터 그랬던 거지?
“넌 원래부터 그랬잖아.”
블레어가 지친 와중에도 투덜댔다.
우리가 찾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다른 사람의 사랑을 받는 것일까?
아니면 안정되고 편안해지는 것?
그것도 아니면 무엇일까?
“아마 다 일 거야.”
하지만 그 누구도 그 무엇도 그런 사랑과 안정감을 너에게 줄 수 없어.
네가 경험한 것들이 전부는 아니지만, 알게 되었잖니?
너도 다른 사람에게 그걸 전부 줄 수 없어.
인간은 그렇게 할 수 없어.
그래도 제인은 정신을 다잡고 있었다. 얘는 이 시기에 지치지 않고 열심히도 사네.
힘든 시간들을 겪었지만 제인의 주도하에 모든 인격들은 차즘 회복기를 맞이했다.
심지어 블레어까지 협조적이었다.
“자, 이제 어떻게 살았으면 좋겠니? 계속 이렇게 지낼 수는 없잖아.”
제인이 회의를 시작하면서 입을 열었다.
“그렇지. 이제 좀 편하게 살자.”
블레어의 이 말에 발끈한 엘리자벳이 외쳤다.
“뭐 할 때마다 힘들게 만든 게 누군데.”
“그래, 앞으로는 나도 도울게.”
웬일이야. 블레어가 고분고분하다. 많이 힘들었나 봐.
인격들은 조화를 이루어서 살아보기로 결정했다. 누가 누가 더 나은가를 겨루지 않기로 했다. 그래 봤자 우리끼리 힘들 뿐이야.
우리는 이제, 인간이 아닌 ‘영원한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고 다음 발자국을 떼기로 했다.
내 앞에 펼쳐질 일들은 역시 쉽지 않겠지. 이건 절대 끝이 아니야. 하지만 걸어가 봐야겠지.
여러분, 다시 말하지만 나는 ‘다중인격자’이다. 언제 어디서 돌변할지 모른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잘 처신하며 살아갈 뿐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 당신도 숨기지 말길 바란다.
나는 다 알고 있다. 지금까지 내가 말한 모든 인격들이 이름만 다를 뿐 당신에게도 있다는 것을.
왜 아닌 척하는 거지? 나한테만 말해봐요.
그냥 커밍하웃하라고. 마음이 편해진다니까. 진짜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