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에서의 면담
코로나가 오기 전에 우리 식구들은 찜질방과 목욕탕을 무척 좋아했다. 지금도 가고 싶지만 아직은 코로나가 무서워서 못 가고 있는데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많은 생각들이 정리되면서 잠도 솔솔 온다. 집에서는 누리기 힘든 호사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매우 뜨거운 곳에 들어갔다가 찬 물에 들어갔다가 하는 것이 피부에 그렇게 안 좋다고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뜨거운 사우나와 냉탕을 오락가락하며 아이처럼 좋아했다. 내가 좋으면 됐지 뭐. 좋은 건 스트레스 해소에 양보하는 걸로.
어느 여학교의 교사로 일하고 있었던 때였다. 토요일, 나는 목욕탕에서 나의 즐거운 취미 생활을 누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 선생님, 선생님, 저 수민이에요. 안녕하세요?”
수민이는 내 학생 중 하나였는데 정말 나를 만나 기쁜 목소리로 우렁차게 외쳤다.
진정으로 깜짝 놀란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일까.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어디론가 숨고 싶었다.
“어... 엉, 수민아, 안녕, 너도 여기로 오는구나.”
나는 최대한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손은 어디에 두어야 하는 거지?
수민이는 정말이지 나를 만나서 행복한 얼굴이었다. 제자가 저렇게 좋아하는데 그냥 웃자, 웃어.
그러나 수민이의 다음 말은 나를 더욱더 당황시켰다.
“엄마, 여기 우리 영어 선생님 계셔. 알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인사해.”
수민아, 이건 쫌.
저쪽에서 씻고 계시던 수민이 어머니도 적지 않게 당황하신 눈치셨다. 우리는 눈으로만 인사했고 나는 최대한 재빠르게 그곳을 탈출했다.
동네 목욕탕은 안 되겠군. 아니면 동네 학교에서 일하면 안 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