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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신애 Jul 31. 2022

코로나 해프닝

- 엄마, 아프지 맙시다요.

"두 줄이네."

음. 그랬다. 코로나 양성이군요. 이런 일이 우리 집에도 일어나는구나.

그것도 70이 훌쩍 넘은 우리 엄마가 코로나에 걸렸다.


며칠 전 쓰레기를 정리하다가 손을 베서 오열하셨던 우리 어머니. 그날 저녁에 몸이 좀 아프시다고 했지만 그만하길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다음 날은 좀 더 아프셨고, 그다음 날은 열이 나기 시작했다. 검사를 해봤더니 한 줄만 뜨기에 그냥 감기 몸살인가 보다 했는데, 5분 지나자 희미하게 한 줄 더 뜨는 것이 아닌가.


그 후로 우리 집은 난리가 났다.

다다음 날 원래 시부모님 뵈러, 휴가 겸 강원도를 내려가려고 계획을 했었다. 아주버님네 식구들이 그날 특별히 휴가를 내서 오신다고 해서 그 날짜를 맞추느라 고생을 좀 했다. 그런데 이런 일이 터졌으니.


"나는 그냥 혼자 있는 게 좀 더 편해. 너희는 시댁 가거라."

헐. 엄마는 또 이 무슨 대사랍니까.

"애만 보내. 고속버스 태워서."

머리도 복잡한데, 남편은 전화해서 또 한 마디 거들고요.

"엄마, 할머니 어떻게 해. 내가 여태껏 너무 못되게 굴었지?"

이봐요, 손주님. 지금 돌아가시는 병 아니고요.


아빠가 돌아가신 이후, 나는 엄마가 조금이라도 아프면 가슴이 두근두근한다. 그런데 코로나로 아프시다니까 애가 탔다. 아마 남들보다 좀 더 예민한 것일 터.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는 도움이 전혀 안 됐다. 내가 해결을 해야한다. 집중.


먼저 코로나에 걸려서 시부모님께 모두 전파해드렸었던 남편은 그때의 경험 때문인지 자꾸 애를 피신시키라고 난리다. 살짝 얄미운데. 어쨌든 나도 아이가 걸리는 게 걱정되기는 했으므로 애만 짐을 싸 놓았고 남편이 와서 데리고 시댁으로 갔다. 아이 짐을 싸는데 왜 눈물이 나는지. 내가 아들의 밝음을 많이 의지하고 있었던 듯했다. 아들은 뭐, 사실 걱정이 하나도 안 된다. 얘는 어디 가도 잘 지낼 타입이라서. 내가 걱정이지. 

그러나 남편과 아들을 고속버스에 태우고 돌아오는데, 마음이 아플 줄 알았는데 오히려 좀 안심이 된다.


남편이 아주버님 식구들에게 오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헉. 그럴 줄 알았으면 아들은 내가 데리고 있어도 되는 건데. 아주버님 식구들은 갑자기 휴가 계획의 변동을 경험했을 터. 이건 무슨 일인가. 아들은 사촌 형, 누나와 논다고 생각하고 갔는데 영 망해버렸다. 죄송함이 솟아오른다. 그런데 누구에게 죄송해야 하는가. 형님은 이 상황이 차라리 나으실지 아니면 싫으실지.


맛있는 죽을 문 앞에 전해드리고 엄마 입맛이 돌게 음료도 사 와본다. 요리에는 영 재능이 없는지라 다 구매해 오고 있다. 요즘은 참 세상이 좋아서 배달도 문 앞까지 오고, 나에게는 참으로 좋은 세상이다. 

문도 못 열고 문 앞에 앉아서 수다도 좀 떨어본다. 같은 집 안인데 서로 카톡을 하고 전화한다. 나도 걸리면 이 집안이 남아나지 않을 테세라 들어가서 앉아서 얘기하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전염병은 참 잔인하다. 식구들을 뿔뿔이 흩어지게 하다니.


"내가 전화해서 수학 숙제했냐고 했더니, 짜증 내던데?" 

지금 근무를 서고 있는 남편이 나에게 전화해서 한 말이다. 아들아. 그러게 그냥 다 하고 가라니까 숙제는 왜 들고 가냐고. 에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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