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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신애 Jul 27. 2022

아, 오늘 너무 더워서 이래? (2022.7.26.)

-무슨 일들이 있었냐 하면....

“아악~”

비명 소리가 들렸다.

엄마였다. 손가락을 잡고는 엄마가 울부짖고 있었다.


아마 쓰레기 정리를 하다가 뾰족한 것에 손가락이 찢긴 것 같았다. 내가 뾰족한 것을 거기 넣었던가? 다 비닐에 꽁꽁 싸서 넣었던 것 같은데. 아,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엄마가 소리를 지르고 우시니 정신이 더 없었다. 아이가 다쳤을 때보다 정신적으로 진정이 잘 안 되었다. 우선은 저 피가 좀 멈추어주어야 얼마나 상처가 깊은지 볼 수 있는데. 선혈이 쉬지 않고 흐르니 이걸 어떻게 하나. 꽉 잡으면 좀 멈출까? 지금 병원을 가면 정형외과를 가야 하나, 피부과를 가야 하나. 정형외과는 뼈가 다쳤을 때 가는 것이던가? 나는 정신을 바로 잡으려고 애를 쓰면서 필요한 도구들을 일단 챙겨본다.

우선 피를 멎게 하려고 꼭 싸맨 다음 시간을 보니 모든 병원이 점심시간이다. 아 젠장.     


엄마는 아픈 것을 잘 말하지 않는 편이다. 아파도 말 안 하고 넘기는 일도 많았다. 반면에 아빠는 조금만 아파도 완전히 과장해서 표현을 잘하셨었기 때문에 아빠가 아프다고 하실 때는 종종 믿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엄마가 아프다고 소리 지르거나 우시면 내가 정신적으로 안정이 안 된다.      


오늘은 또 다른 일도 있었다. 아침 먹은 것을 정리하다 보니 냉장고 아래에 물이 고여있었다. 그 물을 닦으며 아들에게,

“물 좀 잘 따라 마셔. 흘렀네.”라고 말했었다. 

그런데 조금 이따가 돌아서서 또 보니 더 많은 물이 고여 있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에어컨에서 물이 흐르고 있다. 아까 자기가 그런 거 아니라고 했었는데. 아들아, 미안. 억울했겠다.     


에어컨 수리하는 분이 우리 집 에어컨이 너무 오래된 것이라서 바꿔야 할 것 같다고 하신다. 더워 죽겠는데 정말 골치가 지끈지끈 아파 온다. 일단 아이는 수학 학원으로 피신시켰다.      


자, 이제는 병원을 가야 할 차례다. 그런데 진정되시더니 엄마는 병원이 아니라 약국을 가시겠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도 되는 건가. 나도 이제 헷갈리기 시작한다. 엄마를 모시고 동네 약국으로 걸어갔다. 우와. 오늘 푹푹 찐다. 오늘이 복날이라더니 지금 내가 닭 대신 푹푹 쪄지고 있는 기분이다. 약국에서 소독약, 연고, 멸균 거즈와 큰 반창고를 구매했다. 약을 사서 약국 앞의 빵집으로 들어갔다. 에어컨이 있는 곳에서 정신을 집중해 보려 함이다. 엄마가 제일 아프시겠지만 나도 놀라서 덜덜 떨리고 있다.


엄마도 너무 더워하셔서 빙수를 주문했다. 빙수가 나오는 사이 나는 엄마 손가락을 응급 처치하기 시작한다. 일단 피는 멎었고, 상처가 깊은 편이고 길게 찢어졌다. 그래도 유리가 안 박혀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소독을 하고, 연고를 바르고 싸매고. 연고에 항생제도 들어 있다고는 하는데 오늘 저녁에 열도 나시는 것이 아닐까. 엄마는 이 와중에 명균 거즈는 아껴뒀다가 손주가 코피나면 쓰는게 어떠냐고 하신다. 아니, 지금 그게 문제냐고요. 빙수를 먹으며 현실 세계로 복귀를 했다. 자, 이제 내일은 에어컨을 사러 가야 하는구나. 에효.    

 

아이 저녁을 해주고 나니 골치가 지끈거린다. 생각해보니 나는 오늘 한국어 교사 실습수업을 온라인으로 들어야 한다. 대박. 수업이고 뭐고 뻗고만 싶다. 이런 날도 있구나. 수업이 3~4시간을 하는 데다가 너무 지겹고, 너무 늦게 끝나니 지친다.

 어째서 내가 일을 벌일 때 아무도 말리지 않으셨나요. 아니구나. 다들 말렸지. 내가 그냥 한 거구나. 불평하지 말자. 오늘은 너무 더워서 이러는 걸로.      


그런데, 내일도 더울 텐데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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