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럴까요?
“언니, 오빠는 언니를 사랑하는 거 맞아요? 어떻게 와이프 전화번호를 이름으로 저장해 놨대?”
그런가? 그 말을 듣고 솔직히, 나는 그 말을 듣기 전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사실을 발견했다. 그런 건가? 원래 와이프는 이름으로만 저장해 놓는 것이 아니고, ‘사랑하는 와이프’나 적어도 하트라도 붙여놔야 하는 것이구나. 그리고 나는 남편에게 서운해지기 시작했다. 남편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가.
나는 팔랑귀다. 남들이 이야기하면 그때까지 생각하지도 않았던 것을 그런가 보다, 생각하기 시작한다.
“아니, 애가 그렇게 똑똑해 보이는데, 학원은 왜 안 보내요? 학원 보내면 잘 따라 할 텐데.”
나의 마음은 또 요동친다. 아, 나 때문에 우리 애가 더 잘할 수 있는데 못하고 있는 것이구나. 하지만 돈이 없어서 보내기 힘드니 일단 통과. 돈 많았으면 우리 아이는 학원 많이 다녀야 했을 것이다.
“그거 먹으면 살이 빠진대.”
어멋, 그래? 살 빼는 것이 삶의 숙원인 나는 뭘 먹으면 살 빼진 다는 얘기를 들으면 흙이라도 퍼먹을 기세다. 그것 참. 그런데 살 빠진다는 제품이 왜 이렇게 많단 말인가.
나는 이렇게 매번 흔들린다. 팔랑팔랑.
하지만 남들은 내 삶을 살아 줄 수가 없다. 가족도 부모도 자식도 ‘나’를 대신해서 살아 줄 수는 없다. 게다가 나는 그들의 말에 상처받고 힘들어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진짜 나에게 큰 관심을 두고 말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나는 결혼을 하고 시부모님이 다니시는 교회에 다녔었다. 그곳의 한 권사님께서 나만 보시면,
“둘째는 왜 안 낳아? 둘째는 꼭 나아야지.”라고 말씀하셨었다. '어른이시니까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정도는 점점 심해졌다. 나중에는 거의 화를 내셨고, 아직 4,5살 짜리였던 어린 아들을 잡아당기시면서,
“엄마한테 동생 나아달라고 해! 동생!”이라고 말씀하셨다.
처음에 들었을 때는 좋은 마음으로 조언해 주시는 거라고 생각했고, 계속 듣다 보니 내가 뭘 잘못했나 생각하기 시작했다. 더 듣다 보니 스트레스가 되었고, 나중에는 급기야 화가 나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어린 아들이 그 권사님이 오셔서 동생 얘기를 꺼내시면,
“동생 필요 없어요!”라고 말하며 몸을 뒤틀고 도망갔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좋은 뜻으로 하신 말씀이시겠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내가 아이를 가지고 싶어 하는데 생기지 않는 것인지 원하지 않아서 가지지 않는 것인지, 그분은 모른다. 그냥 아무것도 모르고 말씀하시는 것일 뿐이다.
나중에 들으니 그분은 아이를 둘 나은 사람에게는,
“셋째는 언제 낳아?”라고 물어보셨고,
심지어 셋 낳은 사람에게는,
“넷째는 언제 낳아?”라고 물어보셨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크게 웃으며 안심을 했다. 그렇지. 정말로 나를 염려해서 하신 말씀은 아닐 거야. 그런 생각이 들면서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신경 쓰고 변명을 생각했었던 내가 더 한심하게 느껴졌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는 독립을 해야겠다고, 나는 오늘도 독립선언을 외쳐본다. 가능할까?
나도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은 편이다. 자꾸 뭔가 필요하면 도와주고 싶고, 말해주고 싶은 오지랖 넓은 사람이다. 그래서 계속 주의해야겠다고 생각한다. 혹시 내가 하는 말도 다른 이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