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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신애 Aug 08. 2022

아들과 일주일의 헤어짐

-전화 좀 잘 받자.

“ㅇㅋ”

내가 어떤 문자를 보내도 아들에게서 돌아오는 답변은 ‘오케이’, 그거 하나였다.     


친정 엄마가 코로나에 걸리셔서 아들을 남편이 살고 있는 강릉의 시부모님 댁으로 보낸 후, 나는 안심도 되었으나 한 편으로는 아들이 매우 보고 싶었다. 아들을 하루 이상 내 곁에서 떼어놓고 지내 본 일이 없는지라 더 그랬었다. 그런데 녀석은 시댁으로 간 후 전화도 없고 문자도 없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아이가 전화하면 집에 오고 싶어서 울컥할까 봐 전화를 못 하나 싶었다. 그런데 그 후로 전화를 걸어도 대충 답변하고 얼른 끊을 뿐이었고 제대로 된 답변을 주지도 않았다.     


첫날은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이 녀석이 둘째 날도 비슷한 반응인 것이다. 그래서 그쪽에 있는 남편에게 전화를 하고 애가 왜 이러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얘가 원래 전화할 때 이래. 나는 계속 그렇게 느꼈었는데.”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아닌 게 아니라 정말 남편은 집에 잘 오지 못 하는 경우가 많아서 아이와 전화 통화를 많이 했었는데, 전에 남편이 이런 이야기를 했었던 것이 생각났다. 상황은 바꾸어봐야 이해하는 것이 쉽다더니 정말 그렇다. 남편이 그렇게 이야기했을 때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었는데, 막상 내가 겪으니 크게 느껴졌다.     


한 주가 정말 천천히 흘러갔다. 아이가 없으니까 밝은 분위기가 없어진 것 같았다. 시간이 많이 생기면 더 많이 공부하고 글도 더 많이 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시간이 많은데도 글을 쓰고 싶은 생각도 안 나고 축 처지는 것이 느껴졌다. 게다가 식사 시간에는 엄마는 방 앞에 따로 밥을 차려서 넣어드리고 나는 혼자서 벽을 보고 식사하니 뭘 먹어도 그냥 그렇게 느껴졌다. 역시 밥은 뭘 먹느냐보다 누구와 먹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이 맞나 보다.     


한 주가 지나고 엄마는 격리가 풀리고 아들도 돌아왔다. 아들이 고속버스를 타고 와서 터미널에 데리러 갔었는데, 우리는 너무 즐겁게 방방 뛰었다. 역시 집에는 아이가 있어야. 이번에 내가 깨달은 것은 나는 내가 아이를 위해서 무언가 해준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이 아이가 나에게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었구나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함께하는 시간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앞으로 숙제하라고 다그치지 말아야지.'라고 살포시 다짐해본다.   


아들에게 전화하거나 문자 보낼 때 왜 그렇게 보냈냐고 하니까 아이는 미안하다며 습관이 되지 않아서 그랬다고 했다. 앞으로 다정다감하게 전화하는 법도 배워봅시다. 아빠랑 통화할 때 섭섭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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