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 귀에 있는 저건 뭐예요?"
아이들이 윤군의 귀를 가리키며 물었다.
"응, 응, 너네 아직 모르는구나. 이건 외계인과 소통하는 안테나야. 얘는 외계인과 소통이 가능하단다."
나는 정말 입에서 나오는 대로 술술, 그것도 마치 진짜인 듯이 이야기했다. 재미있는 것은 알건 다 알 것 같은 초등학교 아이들도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갑자기 윤군의 귀 옆의 살점을 부러워하곤 했던 것이다.
윤군이 태어났을 때 윤군의 귀 옆에는 살점이 하나 삐죽이 튀어나와 있었다. 잘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자세히 관심을 가지고 보면 보이게 되는 그런 살점이었다. 많은 어른들도 관심을 가지고 물어보시곤 했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이 질문하는 것이 신경이 쓰이곤 했다. '나중에 이것 때문에 놀림을 받으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남들과 다른 것은 잘 용인되지 않곤 하니까.
어느 날 외과의사인 친척오빠가 그 이야기를 듣더니,
"데리고 와. 내가 떼어 줄게."라고 화통하게 이야기했다. 나는 마치 구원자의 말을 듣기라도 한 듯 고마워하며 오빠의 병원이 있는 천안으로 가는 날짜를 잡았다.
오빠가 이런 살점을 제거하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라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우리는 정말 금방 끝나는 일인 줄 알았었다. 우리가 천안에 도착했을 때 매우 바쁜 오빠가 직접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무척 반가워하며 인사를 나누었는데 인사 후 아이의 귀를 보는 오빠의 얼굴이 밝지만은 않았다.
"생각보다 두꺼운데?"
오빠가 아이를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으므로 사진과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우리의 표정은 모두 걱정스러움으로 바뀌었다.
우선 귀 옆부분을 부분 마취를 하고 오빠는 살점을 떼어내기로 했다. 윤군 아빠가 아이를 잡았고 오빠가 계속 떼어내려 하는데 잘 되지 않았다. 시간이 길어지니 아이는 공포스러워서 울기 시작하고 아이 아빠도 지쳐가고 오빠도 곤혹스러운 얼굴이 되어갔다. 드디어 오빠는 좀 큰 수술 도구로 교체하였고 그 후 이 안테나 철거 작업은 겨우 완료되었다. 대단한 안테나였다. 모두 땀범벅이 되어 지침의 극한 경지를 경험했다.
요즘도 가끔 오빠와 통화하면 오빠는,
"윤군이 나를 보면 나쁜 기억이 나지 않을까? 내 첫인상이 나빴잖아."라고 말하곤 한다. 에효, 오빠, 그럼 모든 의사에 대한 인상은 다 안 좋게요. 단지 그 후로 외계에서는 교신이 오지 않아서 아쉬워하고 있을 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