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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신애 Aug 09. 2022

비 조심하세요.

-우리 집 주차장에 물이 차서.

사진(좌)-고속터미널 파미에르스테이션/ 사진(우)-우리 집 주차장


"태권도 갈 준비하고 있어. 엄마가 도착하면 주차장에서 전화할게. 내려와. 태워다 줄게."

어제 외출하고 돌아오면서 나는 아들에게 전화해서 그렇게 말했다. 

내가 지하철에서 집까지 이동하는 시간은 빠르면 8분 좀 늦으면 15분이 걸린다. 그런데 어제 내가 지하철에서 나온 오후 5시 30분쯤부터 미친 듯이 비가 오기 시작했다. 


우산을 들고 있었는데도 손이 덜덜 떨릴 정도였다. 이미 옷도 신발도 다 젖어서 집으로만이라도 도착하자는 심정으로 정말 열심히 걸었다. 집에 들어오는 순간 다시 나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아들아, 오늘 태권도는 아무래도 못 가겠다. 이건 차를 운전해서도 갈 수 있는 비가 아닌 거 같아."

그 말과 동시에 아들은 방긋 웃더니 티브이 앞으로 갔다. 


비는 그 후에 더 극심하게 왔다. 번쩍번쩍 우르릉 쿵쿵. 아주 난리가 났다. 소리만 큰 걸 거야. 그렇게 생각해보았지만 그러기에 비는 점점 더 거세어졌다.

9시가 조금 넘었을 때 빌라 반장 할머니가 전화를 해 주셨다.

"차고가 물이 안 빠지나 봐. 물이 차서, 차를 빼서 길가에 주차해야 할 것 같아."

내려가 보니 이미 차고는 발목까지 물이 차 있었다.

차까지 물살을 헤치며 걸어가서 차를 빼야 했다. 마치 수륙양용차를 운전하는 느낌이었다. 아들 엄마라 그런 종류의 영화만 봐서 그런지 자꾸 바퀴가 옆으로 젖혀지며 모터보트처럼 변화되는 상상을 해 본다.

차를 대고 이제는 그냥 비를 맞으며 일하기로 했다. 아이 자전거가 차고에 있었는데 그것도 들고 위로 이동했다. 엄마가 옆에서 우산을 쓰라고 했지만 이미 다 젖었는데 그냥 들어가서 씻지 뭐.


집에 돌아와 보니 내려와서 구경하고 싶었던 아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야기를 해주고 씻고 쉬려는데, 목이 아파오고 열이 나는 것이 아닌가. '코로나인가?'싶어서 얼른 검사를 했다. 결과는 '음성'. 자고 일어나니 깨끗이 나았다. 힘들었나 보다.  비 피해야지, 코로나 피해야지. 와, 삶이 힘드네. 다들 이 힘든 시기 잘 넘겨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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