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또 꾸준히
정든님 안녕하세요, 정이든입니다. 모두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비가 왕창 쏟아지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무더운, 변덕스러운 날씨입니다. 건강 잘 챙기시길 바라겠습니다.
이 와중에 100번째 글이라니, 맙소사입니다. 때로는 의무감에, 때로는 단어를 내뱉을 곳이 필요해서 쌓아온 제 글이 벌써 100번째가 되었습니다. 허허.
100이라는 숫자는 왜 특별하게 느껴질까요? 100이라는 숫자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100점 만점의 100점이 먼저 떠오릅니다. 학생 때 100점을 받으면 동점자가 있을지언정 어쨌든 1등인 거니까, 더 잘할 수는 없어! 라는 생각에 으쓱해졌던 기억이 나네요. 성취감, 만족감, 우월감 같은 것들이 뒤섞인 느낌이었겠죠.
100일, 이라는 시간으로서의 100일도 특별하겠네요. 연인들은 100일을 기념하고 아기들도 태어난 뒤 100일을 기념합니다. 하루하루는 짧아 보여도 막상 100일을 포기하지 않고 채우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100일이라는 시간은 의외로 인생의 궤도가 확 바뀔 수도 있는 긴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100번의 반복. 열번 찍어 안넘어 가는 나무가 없다고 하니, 100편의 글을 쓴 저는 그래도 10그루의 나무를 꾸준하게 넘겨온 셈입니다.
하루아침에 단편 글 100편을 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AI를 활용하고 짜집기로 막 쓴다면 어찌어찌 편수를 채울수야 있겠지만, 마음이 오래 머무른 글이 아니기에 '진정한 의미의 글'은 아니겠지요.
저는 그동안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면서 서투를지언정 마음을 담은 글을 쓰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글 한편마다 생각 많고 현실에 치이고 보통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제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삶은 때로 기쁘고 때로 슬프면서도, 물살이 강하고 하루가 쉬이 지나가서 붙잡지 않으면 그저 하염없이 하류로 흘러갑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저는 '중류인생이라도 살아야지' 하면서 붙잡고 거슬러 올라가고 있습니다. 제 글들은 그 흔적으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아, 제가 말씀드리는 중류인생은 돈이 많고 적나 사회적 지위가 높고 낮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얼마나 하루를 성심성의껏 후회스럽지 않게 살아왔냐 하는, 더 중요한 삶의 척도입니다. 물살이 강하고 노를 젓는 팔이 지쳐도 떠밀려가지 않게 버텨온 기록이기에 저에게는 무척 중요한, 일종의 '정이든 실록'입니다.
그래서 오늘만큼은 포기하지 않고 100편이라는 글을 써 내려온 제 자신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쉼표를 찍어줘야 200편, 300편, 계속 써 내려갈 수 있을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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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그러고 보니, 중요한 이야기를 빼먹었네요.
감사합니다.
평범한 글을 읽어 주시고, 구독해 주시고, 좋아요도 눌러주신 정든님들께 감사합니다. 그저 스쳐 지나가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저는 앞으로도 열심히 노를 저어 보겠습니다. 여러분은 더 치고 나가 상류로 거슬러 오르실 수 있기를 응원해 봅니다. 아니다, 뭐 상류면 중류면 하류면 어떻습니까. 중요한 것은 지금 젓던 노를 놓치지 않는 자세일 겁니다.
쓰고 보니 무슨 시상식 소감문의 한 구절 같습니다만,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그렇습니다.
쇼츠와 릴스가 횡행하는 요즘 시대에 '글'이라는 매개체와 가깝게 지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글을 쓰고 읽는 것만으로도 관계와 생각, 사회와 가족, 일과 여행에 대한 진심이 묻어남에 모든 분들께 존경을 보냅니다.
제가 회사에서 후배분들 코칭을 해보면요, (아참, 저는 기업 인사담당자입니다.) 이 친구들에게 크고 작은 인생의 고민이 참 많습니다. 처음 회사 이야기를 할 때는 시큰둥하던 친구도 자신의 속 이야기를 할 때면 눈이 반짝였습니다.
몇 차례 그런 경험을 한 후로, 사람은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삶에 진심임을 믿습니다.
정도의 차이, 속도와 방법의 차이는 있겠지만 저를 포함하여, 정든님들 모두 지금처럼 계속 진심으로 하루를 채워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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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저는 간만에 집 근처 도서관에 나와서 쾌적하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글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요즘 도통 책을 많이 못 읽은 것 같아서 책을 몇 권 빌렸습니다. 많이 읽고, 쓰고, 그 와중에 하루를 만끽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나날들이 계속되길 바랍니다.
다음 주 101번째 글로 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