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자기 전에 5분씩이라도 혼자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후회되는 일은 없는지, 나는 오늘도 최선이었는지를 돌이키며 수건을 개듯 정리해 보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고요함이 엄습하고 생각에 푹 빠질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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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시절 속에서 우리는 모두 흘러가는 존재다. 흘러가는 중에도 존재들은 각자가 각자의 특별함을 증명하려 노력한다. 모든 이의 증명하고자 하는 노력은 노력 그 자체만으로 존경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특별한 날보다 특별하지 않은 날이 더 많다는 사실이다. 특별함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하여 무의미한 하루는 단 하루도 없다. 자기 전의 회고는 그런 보통의 날들에 기꺼이 던져 보는 축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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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는 늦은 저녁을 먹고 한강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밤이 점령한 한강공원의 풍경은 대체로 고요했지만 곳곳이 부산했다. 걷거나 달리거나 자전거를 타며 지나가는 사람들. 그 사람들 너머로 강은 잔잔하게 흐르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강가를 걸었다.
문득 대학생 시절을 떠올렸다. 오늘처럼 밤늦게 한강 길을 산책한 적이 있었다. 완성되지 못해 어설프던 그 시절 내 걸음은 조금 더 복잡하고 조금 더 불규칙했다.
빨라지거나 느려지곤 했다. 조급하거나 주저하기도 했다. 강 반대편에서 보면 그저 점처럼 고요한 전진이었을 뿐이었을 텐데 보폭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려 노력했다. 걷다가 잠시 인적 드문 가로등 불빛 아래 벤치에 앉았다. 그 순간 잠시 앉아 바라보던 강물은 느리지만 분명하게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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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가 중요함을 느낀다. 지금껏 나의 속도를 선택한 것은 나의 태도였다. 흘러가는 존재로서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많은 것들이 태도에서 비롯된다.
여전히 완숙하지 못한 내게 태도를 다듬는 것은 평생의 숙제다. 특히 타인을 대하는 태도, 일을 대하는 태도나, 기억을 기억하는 태도, 그리고 나를 대하는 태도 말이다.
숙제 해결에 유용한 나의 무기 중 하나는 고요함이다. 세상의 잡음에서 벗어나 오직 나와의 대화에 집중할 수 있는 고요함의 순간은 나의 절대성을 높여주는 계기가 되어 준다.
고요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태도를 잃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오늘의 회고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