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게 전화를 걸고 싶었다.
카페에 앉아 멍을 때리다가, 문득 너와 함께 동해안 카페에서 노닥거리던 날이 떠올랐다. 카페는 조용했지만 우리 마음은 설렜고 또 늘 서로를 향해 있었다.
각자의 일상에 치이고 지친 오늘처럼, 유난히도 아무 일 없이 건조한 나날들이 흘러가고 있다.
그리하여, 나는 네게 전화를 걸어 보고 싶었다. 바다를 보러 가자는 말에 너는 전화기 너머로 미소를 띌 테다. 보이지 않아도 은은한 따뜻함이 전해진다.
겨울, 동해안 카페는 따뜻하고 창에는 김이 서려 있을 것 같다. 보기만 해도 차가운 바다는 한편으로 뛰어들고 싶도록 우리네 마음 한편을 유혹하고 있었다. 나는 조그만 편지지를 꺼내 네게 편지를 써볼까 한다.
후미진 동네 골목의 갈라진 콘크리트 도로처럼 재미없는 오늘에, 네가 달콤한 향기를 조금씩이라도 흩뿌려 주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예정에 없던 약속을 잡고 만나 저녁을 먹고 한강을 거닐고 싶다. 한강 다리의 야경은 아름답고 도시의 불빛에 어스름이 가려진 별빛도 네 눈동자 속에서 찬란할 테다.
누군가와 함께할 아늑한 장면을 떠올릴 수 있다는 건 무척이지 저릿하고 훈훈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