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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든 Apr 02. 2023

프링글스가 봄이 될 수 있다면

당신의 편에서

 언제였던가. 수년 전 봄이었나.


 그날은 오늘처럼 봄이 다가와 무척 포근해지는 날이었다. 무슨 주제였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당신이 심하게 고집을 부렸던 것 같다. 약간의 언쟁이 있었나? 그래서 잠깐의 어색한 순간이 지나갔다. 확실한 것은 그날 당신과의 대화에서 겨울처럼 맹목적이고 변하지 않던 당신의 말과 생각을 마주하며, 따뜻한 봄 한편에도 기어이 남아있는 응달에 혼자 남겨진 듯한 외로움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꼈다.


 나 또한 어느 시점 어느 에서는 고집스럽고 쉽게 변하지 못하는 것을 알기에, 그래서 후회한 일이 많았기에 당신만은 그러지 않기를 기대했다. 당신의 생각이 너무 편중되어 있고 치우친 탓에, 겨울을 지나 봄을 향하던 그날의 격에 맞지 않다고 느꼈다. 그러나 당신에게 우호적이었던 나는 기꺼이 당신을 이해하겠노라고 마음을 먹었다.


 지만 이해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내가 당신보다 한 계단 더 위에 있다는 이유 없는 자신감과 오만함에서 비롯된 행위였다. 그것은 마치 당신이 '프링글스'라는 과자의 이름을 말했을 뿐인데 감자칩, 과자, 먹는 것, 욕구 같은 연상의 과정을 거쳐 당신은 '식탐이 많은 사람'이라는 결론을 맺고 팔짱을 끼고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이고 '그래 뭐, 이해해.'하고 말하는 것과 같았다.


 우리는 누구나 연결되어 있다. 나로부터 시작된 생각은 당신을 닿고 그 너머의 세상을 훑어 지나간다. 그것을 진정한 의미로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 것은 초자아적인 우주의 이타성과 인간 본원의 어떠한 것까지 아득히 포괄하는 것이기에 우리 보통의 사람들 사이에서 진정한 의미의 연결이라 보기에과하다. 그러니 내게서 시작된 생각의 전류는 모든 곳에 미치지 못하고 어느 곳에서는 단절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당신의 고집 차가운 겨울 같다고 느꼈던 나의 생각모든 사람에게 유효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신의 마음이 나의 마음보다 더 봄에 가까웠으며, 내가 봄인 줄 알았던 나의 반론은 당신에게 오히려 차가워 몸을 떨게 만드는 불편한 이질감이었을지도 모른다.


 당신과 나의 균형을 찾아야 하겠다. 나의 꽃이 당신에게 독초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또는 꽃과 독초처럼 극단적인 반대로 어져 있지 않더라도, 당신과 나의 손끝처럼 가까우나 결코 닿지 않고 각자의 호주머니 속 아득한 거리를 유지하는 그 어떤 것이 우리 관계의 본질일지 모른다. 그러니 무작정 가까워지기보다는 균형을 찾는 노력을 먼저 하겠다. 그러기 위해, 나의 무게중심을 당신으로 옮겨가는 연습을 해야겠다.


 그렇게 연습하다 보면 미래에 당신이 내게 프링글스를 말할 때, '과자'와 '포만감'과 '충족함', 그리고 또 몇 단계를 더 거쳐 결국 '봄'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설령 그것이 당신이 의도한 정답은 아닐지라도, 우리가 같은 봄에 함께하기 위해 꼭 필요한 시행착오라 믿어본다.




 혹시나 균형이 무너져 돌아갈 수 없는 관계에 대해서는 반추하여 슬퍼하기보다는 애도하고 종결하는 것도 필요하다. 끝맺음 또한 하나의 균형점일지 모른다. 그리고 끝을 지나 한 발짝 다시 나아가 보는 것은 당장에는 휘청일지 몰라도 멀리 보이는 균형을 찾기 위해 꼭 필요한 하나의 과정일 것이다.



- 그날 봄과 겨울을 함께 얘기하던 친구를 떠올리며. 그리고 회사에서 배고파서 프링글스를 먹으려다 살찔까 봐 고민하던 며칠 전 내 모습도 함께 떠올리며 (결국 반통 먹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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