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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n Mar 24. 2018

커뮤니케이션 미술감상

2. 서문

  롤랑 바르트는 <밝은 방(Camera Lusida)>에서 스투디움(studium)과 대비되는 푼크툼(punctum)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스투디움이라는 전제되고 코드화된 맥락과 대비되는 품크툼은 익숙한 맥락을 깨뜨리는 이질적인 그 무엇이다. 진부하고 정답으로 전해지는 과거의 무엇을 그저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어떤 깨달음. ‘나’ 자신에 의한 발견으로서 감상은 이루어진다. 이해나 지식, 판단과 평가 혹은 그 근거 등으로 묘사되는 것 같은 감상자의 ‘경험’이 아니라 감상자를 찌르고 관통하는, 살아있는 감성에 의한, 마치 벼락을 맞는 것 같은 강렬한 ‘체험’이 감상의 본질인 것이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끊임없는 관찰, ‘나 자신’에 의한 ‘보기’이다. 감상자의 발견에 의해 미술작품은 완성된다. 감상자와 미술은 서로 이어져있고 서로 의지하는 존재이다. 이 깨달음은 개방성과 유연성, 자기 정체성과 서로에 대한 인식, 내적 관계맺음과 이로 인해 항상 새로운 상호의존을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맺음을 발견하고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지도자이다. 참여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플랫폼의 기능을 완성해 가는 항상 변모하는 미술 감상 그 자체, 즉 감상을 완성해가는 학습자와 그 바탕을 만드는 지도자, 이들을 둘러싼 그리고 이들이 만드는 미술감상의 장이야말로 그 자체가 또 하나의 플랫폼으로서 또 다른 예술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결국 유동성과 변화를 전제하는 미술 감상이란 성장해가는 감상자 자신에 의한 학교와 교실, 미술관을 비롯한 현장의 모습이자 실험의 장이다. 이 ‘현장’의 모습은 나아가 우리의 삶 자체와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미술과 감상자, 지도자가 개별로 존재하면서 서로 무관한 독립적 개체가 아니라 실존하는 존재로서 주체적 관계맺음을 시도하는 장으로서, 서로 성장하고 서로의 성장을 확인하면서 새로운 ‘우리’가 되는 소중한 장이 되는 미술 감상의 잠재력과 가능성에 기대하게 된다. ‘보는 방법’의 과정을 체험하고 연습하기, 언어화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기, 해석과 소감 즉 논리와 직관을 통합하고 이를 통해 예술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깨닫기- 이러한 미술 감상의 길에서는 작가의 의도가 작품 해석에 너무 강조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내 주장만 해서도 곤란하다. 작가의 의도와 일반적인 평가, 그리고 다양한 정보들에 더하여 나 자신의 해석과 판단,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한 새로운 고찰이 결합된 진지한 작품 감상- 그리하여 예술의 즐거움을 깨닫는 것. 이는 인간을 더 인간답게 살게 하는 것이다. 


  예술은 예술이 아닌 표현양식을 통해서는 불확실하거나 또는 확실성을 확보하기가 더 어려운 경험의 형태에 접근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는 예술의 틀로 세계와 현상을 바라볼 때 이전에 간과하던 새로운 세계를 인식할 수 있다. 예술은 우리의 한계를 확대하여 인식의 지평을 넓혀가며 기존 연구를 보는 시각과 틀을 크게 확장시키게 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와 예술에 대한 통찰력을 기반으로 날카롭고 예민한 감수성에 바탕을 두면서 자신의 인식 그 자체를 돌아볼 수 있는, ‘되어가는’ 존재로서 자신의 위치와 정체성에 대한 진정한 자기 인식과 성찰, 그리고 더욱 엄중한 자기 확인. 그리고 그에 의해 깊은 현상과 세계를 다루는 근원적인 힘으로서 예술에 대한 인식과 고찰,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이 예술이다. 기존의 연구, 그 영역이나 연구방법의 문제, 자기 자신의 불균형마저 직시하고 이를 통해 더 큰 전체를 인식하는 힘. 이것이 인간을 자유로 이끄는 예술교육의 힘이다. 그리고 미술을 포함한 예술을 감상하는 궁극적인 의미는 작품과 관람자의 상호작용에 의해 태어나는 것이다. 존재론과 인식론의 바탕 위에 감상이라는 행위와 통찰에 의해 자신 안에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것, 자신만의 새로운 의미를 창조해 가는 것, 예술에 의해 인간은 자유롭게 되는 것이다.     


  새로운 학문으로서 미술 감상을 제안한다. ‘보는 방법’을 배우려는 감상 초보자를 위한, 인간 중심의 미술 감상 안내서 및 대화를 통해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 미술감상을 시도하는 지도자를 위한 멘토링으로서 미술과 교육, 내용과 방법과 과정, 이론과 실제가 이어지는 실천학으로 접근한다. 이는 미술감상의 철학적이며 과학적, 교육학적, 심리학적 관점에 의한 새로운 접근이다.


  여기서는 감상교육학이라는 전체적인 관점에서 미술 감상교육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성격과 구조를 입체적으로 살펴본다. 미술 감상으로 함께 생각하기 Art Sync Thinking, 즉 미술Art을 보면서Look 함께Sync 대화하기Talk를 통해 생각하여Thinking ‘시각적 리터러시Visual Literacy’에 이르는, 예술 체험과 이를 통한 관계 맺기 모두가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이다. 

  미술 감상자, 그리고 지도자를 위한 이론과 실천으로서, 커뮤니케이션을 중심으로 하는 미술 감상을 교육적 기반에 의해 살펴보는 멘토링, 그리하여 <미술로 함께 생각하기>를 실천해 보자. (계속)



21세기 미술감상자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미술감상 - 책이 나왔습니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40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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