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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아티스트 Mar 07. 2018

혼자 떠나는 여행, 그러나 나를 발견해주지 못했다.

최고의 여행지에서도 나는 없었다. 

#나를 발견하고 싶어 떠난 여행


마음이 불안해서, 자유롭고 싶어서, 호기심으로, 자아를 찾기 위해서 혼자 여행을 떠났었다. 

낯선 것을 보고 듣고 즐기는 경험들은 늘 기억에 오래 남는다. 지금 생각하면 언제 또 거길 갈 수 있으려나 싶은 마음에 그런 상황이 가능했음에 너무 감사하다. 그때 내가 보았던 세계가 오늘을 살아가는데도 분명 활력이 된다. 사람은 누구나 추억을 회고하는 일을 좋아하며 현재를 더 넓게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음은 분명하니깐


하나라도 더 보고 싶고, 하나라도 더 담고 싶은 마음에 부지런히 걸어 다녔다. 여행으로 말하자면 요새는 집도 팔아서 1년 내내 여행만 다니는 사람도 있다니 그 정도는 아닐지언정 나도 적은 횟수는 아닌 거 같다. 테마를 가지고 여행을 하기도 했고 그저 힐링을 위한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최고의 여행지에도 나를 찾을 수는 없었다. 


#내 최고의 여행지, 슬로베니아


회사로 스트레스로 너무 힘들었을 때, 혼자 그냥 떠났던 동유럽 일정. 두고두고 기억이 남는다. 그냥 한국을 떠나고 싶어서 큰 동선과 첫날밤 숙소만 정하고 떠났었는데 예상 밖으로 슬로베니아가 제일 좋았다. 아직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 여행지이다. 그곳에서 나는 종이와 펜을 들고 유유자적 돌아다니면서 풍경을 보면서 생각을 정리해야지 했었는데 멍하니 바다만 바라보다 아무것도 쓰지 않고 일어나기만을 반복했다. 답답한 곳으로부터 벗어나서 가슴은 조금 열린 거 같으나 사실 해결되는 일은 없었다. 원하지 않는 상황에 맞닿았을 때 내가 배워야 할 것은 그냥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지금의 나를 알고 앞으로 를 계획하는 것이었다는 걸 지금은 깨달았지만, 막상 한국을 떠나고 좋은 음식과 꿈같은 풍경이 내 앞에 펼쳐져 있다고 나의 현실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거나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자아발견은 무슨


나는 나를 알고 싶었다. 갑갑하고 갈증 나는 상황을 벗어나서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명확히 그리고 싶어서 떠났다. 그러나 목적지는 난데 다른 곳을 돌아다닌다고 해서 나를 발견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를 알기 위해서는 나를 돌아보는 여행을 했어야만 했다. 나는 사색할 줄 몰랐고 나를 위로할 줄도 몰랐다. 그저 멍하니 풍경을 관찰하며 고민을 잊고 자유스러움을 느끼는데만 그쳤다. 어쩌면 여행조차도 만들어진 타인의 생각을 따라다닌 것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블로그나 책에서 추천하는 장소를 다니고 사진을 찍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기에 바빠서 여행지에서 나를 찾을 시간이 없는 게 당연하다.


#산티아고, 걷다가 끝났다. 


비슷한 일이 그 전에도 있었다. 나를 떠나는 여행 중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여행지가 스페인 산티아고이다. 유럽에 있을 당시 대학 때 친구들이랑 일주일 가량을 떠나보자 해서 도전했는데, 그냥 걷다가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 여행 일정 상 오늘 정한 목표를 걸어야 했기에 생각과 사색은 개뿔. 그냥 힘듬과 뿌듯함의 반복이었다. 오히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매일 밤 숙소에서의 맥주 맛이다. 그때의 나라면 국토대장정을 했을지언정 달라지는 건 없었을 거 같다. 여행의 낭만과 기쁨, 자유를 그 어떤 것과도 비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를 찾는  그런 의미의 여행이라면 이제는 이동 없이 조용한 방 안을 선택할 것이다. 내가 있는 지금 이 곳에 집중해야만 나를 깊이 있게 알아갈 수 있다는 걸 배워왔기 때문이다. 그래도 늘 여행의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고 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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