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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떫음 Sep 07. 2022

태연함

가면을 발견한 어린 날의 나의 기록 

지금보다 훨씬 활기차고 긍정적이게 지낼 수 있었던,

가만보면 불과 얼마 채 되지 않은 그 시절이

세상 무기력할 수 밖에 없는 지금의 나와 대비해보면 너무도 그리운 것이다.


순수하게 사랑하며 애타고

많은 이들을 만나며 누구보다 열심히 세상을 배워가려 하던 때.

생각만해도 풋풋한 미소가 얼굴에 드리워지게 만드는 나날들이었다.

하지만 설령 그 때로 돌아갈 수 있다 할지라도

그러고 싶지만은 않다.


예나 지금이나 수시로 들썩대는 감정 변화는 다를 것이 없지만,

그 때엔, 어쩌면 쌀 한 톨 만큼조차도 알아차릴 수 없던 수많은 사실들을

지금은 너무도 많이 알고 있고

지나치게 앞섰다 싶게도 그것들은 하루 빨리 성숙을 만들어냈다.


비록 뭐든지 환대하던 것에서 시작해 현명함을 배워왔기에

오히려 우울만을 한가득 안게 돼버린 지금이지만서도.


차라리 그 편이 이 '나'를 위한 것에 가깝더라.

어떤 어두운 뒷면도 알아보고 순탄히 해결해 지나쳐버리던

태연함을 길렀는데.


선천적 재능이 아니었던 나는,

'역시나'

너무 빨리 배워버린 그 능력을 비롯한 감정의 경험들을 자아가 버텨내지 못한 것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그 쌀 한 톨만 보아도 무한한 생각들이 감정을 달고 폭주하듯 쏟아진다.

뇌에서 마음으로, 그리고 더는 숨기지 못하는 본능이

몸으로 확산된다.


더는 태연한 척하는 겉모습을 꾸밀 수가 없었다.

아니, 사실은 여태 내 본능이 태연한 줄로만 알았다.

그건 뛰어난 내 자아를 믿고 있던 착각의 감정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만 왔다.


이젠 그 거짓 감정을 만들어 낼 때마다 이유 모를 죄책감이

통증으로 나를 뒤덮는다.

여태 나를 지켜왔던 수법이 기우뚱거리는데,

그동안의 쌓은 이들을 포기하고 홀로 흑백으로 전환되어야만 하는지.


그 무엇보다 강력한 사랑이 보듬어 줄 수 있을 텐데


노력으론 볼 수 없는 그것은

끝없이 파내도 어디에도 나타나주질 않는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이 글을 읽게 된 친구에게 다시 덧붙여 써준 글의 기록.


이 글을 읽는 당신 또한 이런 심정리나 걸 나는 안다. 알 수 있다.

왜냐면 당신이 내 사람이기 때문이고, 내가 당신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당신의 인생에서 어떤 선택을 하던 간에,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떻다 할지라도

나는 결국엔 늘 당신을 응원해줄 것이다.


끝이 혼자가 아닌,

익숙할 정도로 일상 속에 스며들어 당신을 바라봐주는

소중한 '내 사람'들이

곁에 있을 것이다.


그 곁이 꼭 지금 당장의 옆이 아닐지라도

마음 속에 깊게 새긴 당신의 이름뿐 아닌 존재를 간직하고 있으니까.


내가,

당신의 아름답고 찬란한 순간들을 눈부시게 기억할테니까.


잊지 마라, 잃지 마라

너라는 중심을.


당신의 눈에 비치는 세상은 당신의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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