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사는게 아닌 순간만.
사진작가 숀 오코넬
오늘만 산다
뭔가 싶기만 무릎을 탁 치는 영화.
그땐 몰랐는데 지금 다른 영화들이 몇몇 있다.
이 영화가 그중 하나.
상상은 자유니깐 좋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LIFE 잡지사에서 필름 현상 기사로 일하는 월터가 사진작가 숀 오코넬을 찾아 나서는 추격전이다. 하고 싶은 일을 상상만 하던 월터는 그를 추적하는 상황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많은 경험들을 한다. 월터가 점점 바뀌는 모습에 성취를 느낄 수 있다. 왠지 월터가 소심한 나를 대변하는 것 같아서 봐도 봐도 시원한 바람을 불어넣어 주는 영화이다.
오늘 말해볼 사람은 사진작가 '숀 오코넬'이다.
숀은 월터가 LIFE 잡지에서 16년 동안 근무하면서 함께한 사진작가이다. 월터의 작업실에 숀은 사진들이 많이 붙어있는 걸 봐서 숀은 제법 이름 있는 사진작가이고 깊은 인연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후에 알게 되는 사실인데 월터와 숀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이야기만 나눠본 사이다. 그렇다 펜팔 친구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사진작가와 다르게 디지털카메라가 아닌 필름 카메라를 고집한다. 잡지사에서 월터와 같이 일하는 헤르난 도는 그의 클래식함에 감탄한다. 숀의 클래식함은 끝이 없는데 핸드폰도 안 들고 다닌다. 웃긴 게 숀이 배를 탔을 때 선원중 한 명에게 인스타그램을 가르쳐 줬다던데... 구라를 쳐?
사진 찍는 스타일을 보면 주변의 상황들을 많이 찍는 듯해 보인다. 손가락이나 선원들의 모습을 찍거나 아이슬란드에서는 비행기 날개에 매달려 화산 폭발하는 모습을 찍는 모습도 나온다. 알다시피 화산 폭발보다 화산재가 더 위험한다. 도망치던 월터의 차를 보면 알 것이다. 검은색으로 새로 선팅을 하고 나타난다. 사진을 위해서 이를 무시하고 비행기를 타고 맨몸으로 화산재를 맞이하는 건 거의 자살 행위이다. 눈표범을 찍기 이해 전쟁지역이 지나가기도 한다. 사진에 대한 열정만큼은 자신의 목숨을 다 할 듯한 인물이다.
하지만 가끔은 사진을 포기하는 순간이 있다. 눈표범을 찍을 때이다. '순간을 즐겨라'며 자신을 위한 순간을 만끽한다. 이를 보면 현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물로도 볼 수 있다. 베어 그릴스 정도의 생존력이 바탕이 되어 있으니 가능한 것 같다.
한 번도 안 만난 펜팔 친구 월터를 만나기 전 그의 어머니를 먼저 만난다. 어머니는 숀이 굉장히 월터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숀은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는 게 어려운 일인데 그걸 잘 해내고 있다"라고 월터의 능력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숀의 의미 없는 장난 덕에 월터는 목숨 걸고 숀을 찾아온다. 상상만으로 일어날법한 일들을 현실로 가져왔다. 그리고 LIFE잡지의 마지막을 장식할 사진은 바로 '월터'였다. (파파라치로도 손색이 없을 듯) 숀과 월터의 인생은 정반대였다. 어쩌면 꾸준하게 일하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월터가 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상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반대로 숀은 그런 월터의 삶을 동경했을 수 도 있겠다.
지갑을 제대로 확인 안 한 월터의 잘못인가. 아니면 의미 없는 장난을 친 숀의 잘못인가. 아직 이것에 대한 갑을논박을 할 순 없지만, 숀처럼 한 번쯤은 하고 싶은 대로 지금만 바로 볼 필요가 있다. 지나간 1초도 현재가 아니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