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랄발광 17세'는 네이딘이 겪는 일들을 보여준다. 잘난 오빠와 항상 비교당하고 친구라곤 어릴 때 만난 크리스타 밖에 없다. 크리스타는 나중에 오빠와 사귀게 되면서 친구마저도 멀어지게 된다. 사춘기라고 표현해야 그나마 네이딘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약간의 정신병이 의심되긴 했지만 사춘기를 본인 말고 누가 이해를 하겠어.
오늘은 점잖은 모습으로 네이딘의 지랄을 받아주는 브루너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한다.
바로 이분이 참교사 브루너.
브루너는 매번 네이딘의 말에 비꼬는 듯한 말투로 네이딘의 입을 제대로 막는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핑계로 숙제를 안 해온 네이딘에게 "고인 변명권은 최대 1년이야"라는 감정 따윈 없는 딱딱한 말을 던진다. 막말인데 핑계를 댄 네이딘은 아무 말 않고 자리로 돌아간다.
한 번은 네이딘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하다가 팩트로 두드려 맞게 된다. '학생을 가르칠 마음도 없고 대머리고 노총각이고 쥐꼬리만 한 월급을 받는 주제에!' 어후. 쌔게 후드려 팬다. 노련한 23년 경력의 교사는 웃음으로 네이딘에게 이야기한다. "나에게 월급 적다고 한 사람은 너밖에 없어". 23년 경력이면 이제 연금도 받을 텐데. 어린 네이딘의 행동을 재치 있게 돌려준다. 브루너는 쿠키를 나눠주며 네이딘에게 칭찬을 해준다. 그제야 네이딘도 브루너에게 사과하며 기분을 푼다.
이후 브루너는 네이딘이 자기가 좋아하는 닉에게 엄청난 문자를 분석해주기도 한다. 노골적인 내용의 문자를 보낸 네이딘은 불안과 초조하지만 진지하게 내용을 분석해준다. 브루너의 해결책은 문장을 짧게 쓰라고 한다. 그의 전공은 국문학이 틀림없다. 그 후 네이딘을 진정시키기 위해 수업을 빼주고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먹고 진정시키라고 돈을 준다. 거스름돈은 꼭 챙겨 오라고 한다. 돈 관계는 깨끗해야지.
브루너는 네이딘에게 한 번도 감정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대답하기만 한다. 네이딘에게 어떻게 상대방의 기분을 좋게 하는지 보여주기까지 한다. 거의 참선생. 브루너의 아내는 네이딘에게 "얼마 전까지 나도 힘들었어 하지만 지금은 누구 덕에 괜찮아졌어"라고 말한다. 사춘기는 17살이 아닌 시간이 지나도 얼마든지 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간다.
친오빠랑 싸운 뒤 네이딘을 집으로 데려다주던 브루너. 내리기 전에 하는 말이라곤 '내려라, 월요일에 보자'라는 말이다. 네이딘에게 '오빠랑 잘 풀고 잘 지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녀의 마음을 다 아는 듯 자신의 생각으로 그녀의 행동을 바라지 않는다. 보기 드문 꼰대가 아닌 선생님이다.
내 학창 시절에 마음으로 학생을 대한 선생님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유독 기억나는 선생님이 마음으로 지도해주셨던 선생님이었다. 공부를 잘 하든 못 하든 상관없었다. 그런 선생님 덕분에 자존감이 많이 올라갔다.
아마도 브루너는 앞으로 교사 생활하면서 네이딘을 잊지 못할 것이다. 처음으로 연봉 적다고 말한 학생이니깐. 그래도 대머리라고 놀리는 건 심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