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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 선샤인', '라쿠나'의 매리

망각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by 감남우

망각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이터널 선샤인'도 '500일의 썸머'를 뒤잇는 나의 최애영화이다.

미친듯한 연출과 스토리로 다양한 매력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이다.

이제 영화를 보니 참 가슴이 찢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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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 선샤인은 조엘클레멘타인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크게 싸운 두 사람이 헤어지고 클레멘타인이 조엘에 관한 기억을 지우자 조엘도 클레멘타인의 기억을 지우는 이야기를 영화로 담았다. 사실 이렇게 설명하니깐 감이 안 잡히긴 하다. 역시 봐야 한다.


오늘 말할 인물은 라쿠나사에서 일하는 매리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movie_image.jpg?type=m665_443_2 이분이 바로 매리.

매리가 일하는 곳은 '라쿠나'라는 회사로 기억을 지워주는 회사이다. 매리는 그곳에서 사람들의 예약을 받고 안내하는 사무업무를 하고 있다. 같은 회사의 기술자로 일하는 스탠(헐크의 신인 시절)과 썸(?)인 듯하다. 매리가 조엘의 기억을 작업하는 스탠에게 놀러 간 적이 있는데 그때 진득한 키스를 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사귀는 줄 알았는데.


매리는 니체 잠언집을 즐겨 읽는데 영화 내내 명언 몇 구절을 말한다. 그중 '망각한 자는 복이 있나니 실수조차 잊기 때문이다'의 문장을 언급한다. 참으로 속 편한 소리가 아닐 수 없다. 이 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매리는 당연히 성숙한 인물이 아니다. 조엘이 기억을 지우는 사이가 스탠과 놀고 있는 매리는 술도 마시고 마약을 하며 논다. 마치 내일 1교시 수업을 잊은 대학교 1학년 같다. 하지만 회사에서의 조신하고 친절한 모습과는 딴판이다.


사실 매리가 회사에서 조신하게 행동하는 이유가 있는데 그녀의 상사 '하워드 미스스웩'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는 유부남이지만 매리는 그 앞에서 똑똑한 여자가 되고 싶고 멋진 여자가 되고 싶어 한다. 마음 아픈 건 이 둘의 사랑은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두 사람은 과거 사랑한 경험이 있었고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매리의 기억 삭제였다.


매리는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매번 하워드를 동경해오며 그가 하고 있는 기억 지워주는 일도 대단한 일로 의미를 두었다. 이제 과거를 알았던 매리는 어떨까? 사랑했던 마음까지 지웠던 하워드가 원망스러우면서도 답답했겠지. 기억을 지워도 사랑하는 자신이 바보 같았을 것이다. 어차피 결과는 같았으니


매리는 조엘과 클레멘타인과 교류가 거의 없지만 똑같이 기억을 지웠던 사람이다. 하지만 그들과 상반된 결과를 마주하게 된다. 기억을 지우는 그녀의 도피는 똑같은 실수를 낳고서야 현실을 깨달은 것이다. 매리는 회사를 그만두면서 지금까지 기억을 지운 사람들에게 사실을 알린다.


그녀의 행동은 틀렸다고 하기는 어렵다. 사랑하는 사람을 잊는다는 게 쉽지 않은 건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매번 '자니?'라는 이불 킥하게 만드는 말을 하기도 하고 가슴이 미워 터질 때까지 울기도 한다. 매리도 조엘과 클레멘타인 같은 사랑을 꿈꿨겠지. 하지만 결국 받아 드려야 하는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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