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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남우 Apr 23. 2023

23년 4월 22일

훈제오리고기, 훈제삼겹, 짐빔

먹다 남은 저녁으로 술안주 삼았다.

이전에도 술 마실 일들이 있었지만, 오자마자 잤거나 귀찮아서 글을 남기지 않았다.

글 쓰기 위해 술을 마시진 않으니...

하지만 오늘은 적당히 잘 마셨으니 이렇게 일기 대신 글을 남기기로 생각했다.


이번주 금요일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이토록 일을 하기 싫은 적이 있나 할 정도로 일을 하기 싫었다.

그냥 다음 주에 출근을 안 할 사람처럼 일을 다 던져두고 눈치 보면서 퇴근을 해버렸다.

그렇게 도착한 주말은 꿀맛이지만 벌써 일요일 아침을 맞이할 준비를 하니 술맛이 씁쓸해졌다.


예전에 집에서 양주를 즐겨마시긴 했지만 요즘은 잘 마시지 않았다.

그러다 여자친구가 일본을 다녀오는 길에 짐빔을 선물로 사다 줘서 이렇게 즐기고 있다.

홀짝홀짝 스트레이트로 마시며 남은 안주를 다 먹으니 이 시간이 되었다.

예전에는 이 시간까지 깨어있는 게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내일 일요일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속상하다...

내일은 아무리 잘 보내도 입대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보낼 것이다.


그래도 이번주도 열심히 했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꼬박꼬박 오는 신문도 읽었다. 아침이 아닌 퇴근 후 11시에.

일기도 쓰고 가계부도 썼다. 회사만큼이나 집에서 나의 루틴에 신경 쓰고 있다.

회사에서는 열심히 글을 썼다. 쓰고 또 쓰고. 지겹도록 글을 쓰고 있다.

'아'다르고 '어' 다른 것도 신경 쓰며 피드백 받고 다시 쓰고 또 쓴다.

그리고 오늘도 술 먹고 글 쓰고 이 글 쓴 뒤에 다시 일기 쓰고 잘 것이다.


중학교 2학년 때 영화감독이라는 꿈을 꾸고 나서부터 학교에서 필기보다는 낙서와 망상을 많이 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표현만 달라졌을 뿐 계속 글을 쓰고 있다.

영화, 잡지, 영상, 소설, 게임 등등 다양한 매체에서 글을 썼고, 교정교열 프리랜서로 일도 하면서 글을 접했다.

여러 글을 쓰면서도 나의 쓸모를 찾았지만, 결국 나의 본질을 글을 쓰는 사람인 것이다.

무작정 펜을 잡고 쓰니 그게 재밌었고, 그게 일이 된 것이다.

원하는 글을 못쓰지만 술 먹고 쓸 수 있는 글이 있어서 나는 좋다.

'초고는 쓰레기'라는 말이 있지만 이 글을 초고이다.

그러니 만족한다. 만족이라도 하니 가능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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