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있을 수 없던 나는 돌덩이 같은 몸을 움직여 냉장고 앞으로 가 물을 마셨다.
집 안을 둘러보았다.
매일 인생의 낙이었던 컴퓨터 게임.
어느샌가 뜨겁게 돌아가던 컴퓨터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
매일 즐겨 보던 TV 방송도 이제는 아득히 멀어진 다른 사람의 이야기일 뿐이다.
TV 속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
나만 불행한 것 같아서,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인 것 같아서
그저 고통스러울 뿐이다.
사람을 만나기 좋아하던 소년은 사라지고
남은 것은 고통 속에서 하루를 보내는 소년뿐이다.
나는 내 취미를 잊어버렸다.
내가 무엇을 좋아했는지도 모르겠다.
행복했던 기억은 사라지고
슬픈 기억만 떠오르는 나에게
기쁨은 사치였다.
이제 나에게 남은 것은
슬픔과 무기력함뿐이었다.
슬픔과 더 깊은 슬픔을 반복하는 나는
어느새 슬픔이 내가 되었고
내가 슬픔이 된 것만 같았다.
… 나도 행복하고 싶다.
그게 너무 사치스러운 소원이라면
잠들 때만이라도 슬픔을 잊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