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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좋은 사람들의 비밀

돈을 벌려면 돈이 되지 않는 일도 해봐야 한다.

by 나나키

그런 사람들이 있다. 뭐 크게 돈되는 일에 관심도 두지 않는 것 같은데 어찌어찌 돈을 벌고, 사람에게도 크게 연연해 하지 않는 것 같은데 이래저래 아는 사람도 많고 이상하리만치 운이 좋은 사람.

역시 사람은 운빨인가! 대충 살아도 잘 살아지는 그런 호화스런 팔자는 따로 있는 것인가! 궁금해하며 그 사람들을 지켜봤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이런 공통점이 있었다.


1. 누군가에게 크게 관심이 없음

2. 돈 안되는 일, 재미가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일 그냥 해봄.


이 사람들에겐 쿨내가 난다. 오는 사람 안막고 가는 사람 안 잡는다. 그리고 돈이 되지 않는 일에 몰두한다. 이게 진짜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나 깨나 돈 걱정, 돈 되는 일 찾아 떠도는 나라는 인간에겐 그들은 그저 팔자편한 인생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따라해보니 팔자가 편한게 아니라 그게 운을 끌고 가는 것이었다. 당장 쓸모가 없고 돈과 관련되지 않은 일.

돈을 벌려면 그런 일을 해봐야 한다.




"나 커피 배우는데 너도 동네에 있으면 한번 배워봐~ 너 커피 좋아하잖아"


취미부자인 친구의 한마디가 바리스타 강사라는 투잡을 갖게 해준 시발점이었다. 하루종일 커피링거를 꽂고 먹을 줄만 알았지 배워볼 생각은 일도 없었다. 무언가 배운다는 것, 여가 생활을 한다는 것은 꽤나 큰 지출과 시간이 많이 필요한 일었으니. 재밌다는 친구의 말에 배우고는 싶은데 돈 걱정에 망설이던 찰나, 특유의 욱함이 어김없이 튀어나왔다.



'맨날 교습소 박혀서 애들 시험준비나 하다 인생 종칠래?! 그냥해!'



가능하다면 당장 내일부터 나가겠다고 바리스타 학원에게 전화로 통보를 해버렸다. 한달에 30만원 가까이 되는 금액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내 인생에 이것도 투자하지 못하나 싶어 바로 등록해버렸다. 이럴 땐 내 거지같은 욱함이 참 도움이 된다. 그렇게 시작된 배움이 반년동안 바리스타 강사반 수업까지 쭉 쉬지 않고 이어졌다. 수업료도 비쌌고 오전에 배우고 오후에 일하려니 잠이 쏟아져 미칠 것 같기도 했지만 재밌었다. 일아닌 무언가를 하는 시간이 그저 즐거웠다. 그 즐거움이 이어져 바리스타 강사라는 새로운 기회로 연결됐다.



큰 돈을 버는 것은 아니지만 내게는 영어강사 외에 새로운 길이 열린 것이다. 아직은 아마추어 강사지만 새로운 문이 열렸다는 것. 그게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이렇게 의도치 않게 돈을 벌 수 있는 또다른 수단을 갖게 된 것이다. 신기한 일은 이것만 있는 게 아니었다.



한창 마음이 헛헛했던 시기, 친구 따라 독서모임에 가입했었다. 초등학교 교사이자 지금은 2권의 책을 출판한 자랑스러운 친구처럼 나 역시 속이 꽉찬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읽고 쓰는 일은 돈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 시간도 꽤 많이 들고 엄청난 의식적 노력이 없다면 한 글자도 못 읽는 날들이 쌓인다. 괜한 좌절감이 사서 갖게 되는 아주 비생산적인 행동이다. 그런데 그냥 친구따라 썼다. 그 친구를 따라서 블로그를 만들었고 그 블로그에 게시한 영어 관련된 글들이 스터디모임까지 이어졌다. 2년가까이 '원씽챌린지'라는 영어 스터디 모임을 이끌었고 그 모임을 통해 아주 소박하지만 달마다 꾸준한 용돈을 벌었다.




친구는 어나더레벨이다. 친구는 환경과 절약에 대한 글을 썼고 심지어 돈을 쓰지 않는 것에 대해 쓴다. 사람들이 별 관심을 갖지 않는 일에 대해 글을 쓰고 초등학교 교사일로도 바쁠텐데 매번 그렇게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지금 그 친구는 블로그와 브런치, 작가, 그리고 이따금씩 방송 출연도 하는 조용한 유명인이 되었다. 그렇게 비생산적인 일이라고 여겼던 일들이 친구에게 또다른 수입과 기회를 만들어준 것이다.




2025년. 또 돈이 되지 않는 일을 시작했다. 한국어 교육 전공을 하고자 사이버 대학에 편입했다. 진짜 후회 많이 했다. 수월할 줄 알았던 사이버대학이었는데 생각보다 비쌌던 등록금과 강의 출석도 빡셌다. 교습소 학생들 시험 대비도 빡세 죽겠는데 나도 같이 중간,기말시험을 보려니 죽을 맛이었다. 아직 성적표가 안나왔지만 이번 1학기는 그냥 버리는 학기...가 되어버린 것 같다. 그래도 2학기를 신청할 거고 내년까지 이수할 작정이다. 어영부영 대충하는 공부, 이게 돈이 될 지 안될지 나도 모르지만 과거의 경험이 계속 내게 말한다.



야! 너 뭐 알고 했어? 그냥 해. 너 원래 생각없이 지르잖아.



맞다. 난 생각이 없다. 그래서 무모하고 그냥 저질러버린다. 지금 내가 하는 일들, 비싸게 산 고생들이 어떤 결과를 가져다 줄지 나도 모른다. 근데 그냥 할 거다. 돈이 되지 않는 비생산적 일들도 내 체력이 있을 때 할 수 있는 것이니까. 아직 믿고 쓸 수 있는 내 체력에 감사하며 공부하자. 운은 의외의 곳에서 흘러나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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