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나니 12시가 가까워진다. 주 7일 일하는 기간이 길어지며 날짜 개념도 없어질 무렵, 어딘가에서 빛나는 음성이 들려온다.
“좋아하는 걸 하다 보니 지금의 제가 되었어요.”
“그냥 좋아하는 일 했을 뿐인데 이렇게 성공했네요.”
사람이 힘들면 어떤 특정한 말이나 사람에 홀리게 된다. 저 말이 그랬다. 원하는 키워드가 다 포함된 문장이지 않은가! ‘돈, 여유, 균형.’ 힘들수록 헛된 믿음과 잘못된 생각이 점점 커졌다.
‘내가 하는 일은 좋아하는 일도 아니고, 그러니까 돈도 안 되는 거지 뭐.’
이건 그냥 생계일 뿐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건 따로 있을 것 같았다. 어딘가 내 인생을 확 바꿔줄 무언가, 남들이 말하는 그 ‘좋아하는 일’만 제대로 찾으면 돈도 벌고, 자유도 얻고, 이 삶을 벗어날 수 있을 거라는 헛된 믿음.
그래서 해봤다. 남들 하는 거.
운동도 좋아하고 다이어트는 365일 과제니 이걸 영상으로 만들어야겠다! 생각하자마자 인스타 계정을 새로 만들어 다이어트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 이어 글쓰기도 좋아하니 이왕 하는 거 블로그도 새로 개설해 열정적으로 1일 1 포스팅을 실천해 갔다. 협찬과 부수입까지 얻게 해 준다는 강의까지 결제하면서. ‘혹시 이게 터질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혹하는 마음으로 한동안 꽤 열성적이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실패! 실패다.
세상에 쉬운 건 없었다. 결국은 다 힘들었다. 남들이 “좋아하는 걸 하니까 힘든 줄도 몰랐어요”라고 말할 때, 나는 “아니, 이거 진짜 힘든데?” 하고 있었다. 그제야 조금씩 깨달았다.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려면, 그 일이 세상에 필요한 일이 되어야 한다는 걸. 내가 아무리 좋아해도, 세상이 그걸 원하지 않으면 소용없다. 그리고 아무리 좋아하던 일도 ‘일’이 되는 순간, 힘들어진다. 지겹고, 부담되고, 때로는 하기 싫어진다.
즐거움은 잠깐이고, 결국은 인내와 책임, 반복되는 루틴 속에서 버티는 사람만이 그 일을 계속할 수 있게 된다. 다이어트영상과 블로그 글쓰기는 반짝일 것도 없이 소리소문 없이 묻혔다. 내 의지, 수요가 딱 그 정도였다.
그래서 이제는 자꾸만 새로운 걸 찾아 헤매기보다 지금 내 자리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 내가 하고 있는 일, 그 안에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내가 남들보다 조금 더 애정 갖고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려 한다.
어쩌면 좋아하는 일이라는 게 진짜 좋아하는 일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쌓이다 보면, 익숙해지고, 익숙함 속에서 또 다른 애정이 생길지도 모른다. 어쩌면 ‘좋아하는 일’이란 건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오래 하면서 내가 만들어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내가 좋아하는 걸 완전히 포기한 건 아니다. 좋아하는 일이 세상의 필요와 만나는 지점, 그걸 계속 찾아보는 중이다. 그건 빠르게 찾아지는 것도 아닐 테고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근데 뭐 특출 난 방법이 있나.
그냥 해보고, 안 맞으면 돌아오고, 다시 해보고…
그런 반복 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게 현실이고, 그게 진짜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그 과정 속에 있다.‘좋아하는 일’과 ‘돈이 되는 일’ 사이의 접점을 하루하루 더듬으며 찾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안다. 돈을 번다는 건, 결국 누군가에게 필요한 무언가를 해내는 일이라는 걸. 그게 좋아하는 일이라면 더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도 세상한테 꾸준히 던져볼 참이다.
언젠가는,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가 세상에
꼭 필요한 일이 되는 날도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