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우물만 팔 것인가 말 것인가.
여러 번 적는 느낌이지만 그만큼 고민에 빠지는 때가 잦아진다. 목표는 내년에 교습소를 정리하면서 한국어 교육 분야로 이직하는 것과 자리 잡을 동안 바리스타 강사를 병행하는 것. 목표를 이루고자 현재 교습소를 운영하면서 바리스타 강사로 투잡러를 뛰며 한국어 강사로 일하기 위해 한국어 교육 편입생으로 공부 중이다.
아, 근데 하면서도 이게 맞는 일인지 모르겠다. 이제 겨우 자리 잡아가는 교습소를 정리하는 게 맞는 걸까? 내게 가장 중요한 건 돈인데, 가장 주된 수입원을 내려놓으려는 건지, 한국어 교육이란 새로운 일이 된다는 보장도 없는데 시간을 이도저도 아니게 쓰는 건 아닐까.
영어강사로 과외부터 시작해 여즉 감사하게 밥벌이를 하고 있다. 개인 교습소를 차리면서 2명의 학생으로 대출까지 하며 계약기간만 잘 버티게 해 달라 기도했는데 그 기간이 흘러 흘러 벌써 4년이 됐다. 일의 고됨도 있지만 내 일을 한다는 도전의식, 천고의 높이가 제한되지 않다는 자유로움, 아이들을 가르치며 생기는 여러 기쁨들이 고된 시간을 버티게 해 줬다.
그러나 내 일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나를 갈아 넣어야 한다.. 4년 동안 주말이 있던 시간이 거의 없다. 연휴에 다 쉬면서 유지하는 방법을 아직 나는 찾지 못했다. 학생수가 없을 때는 없는 대로 온라인 과외를 하며 살 궁리를 하느라 바쁘고, 학생들이 있으면 있는 대로 성적관리와 시험대비, 학부모 상담 등 신경 쓸 일이 태산이다.
그러면서 몸이 망가졌다.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을 한다고 몸이 유난인지 대상포진, 긴장성 두통, 알 수 없는 이유로 탈수 증상까지 생겨 출근 전 병원 가는 것이 루틴일 정도였다. 몸이 아픈 건 그나마 괜찮다. 문제는 이 일이 큰 의미가 없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시험 때마다 괴롭다. 일 년 내내 성적으로 아이들을 그리고 나를 채찍질해야 하는 게 더 이상 하기 싫다. 내가 이 일을 10년, 아니 5년 더 한다고 하면 할 수 있을까. 하고 싶을까? 아니, 대답은 아니었다.
이제 겨우 대출을 갚고 저금도 할 여유가 생겼는데
“이 새키, 배가 불렀나. 야, 너 이제 먹고살만하냐? 아주 그냥 배불러가지고 하고 싶은지 아닌지 고딴 배부른 고민하고 있어. 돈 벌리는 거에 감사해야지! 아직 세상 아름답구나?!” 내 블랙자아가 고막에 피 나오게 욕을 해대며 정신 차리라 한다. 아... 40대는 다르게 살고 싶다는 건 정녕 욕심이란 말인가.
내려놓음을 생각하면서 퇴사 관련 이야기가 부쩍 눈에 더 들어온다. 내 눈엔 그저 용자들이다. 어떻게 주요 수입원을 내려놓을 수 있었을까... 내게도 용기와 결단력을 불어넣어 주시옵소서 용자들이여... 회사를 그만두는 일, 자영업을 그만두는 일. 뭔가를 그만두고 새로운 길을 찾겠다는 건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시간이 갈수록 두려움이
쌓여간다. 그러기에 더 이 시기를 놓치고 싶지 않다.
“한 우물만 파세요” vs "평생직장은 없어요 “
아! 너무 둘 다 일리가 있는 말이라 어느 쪽 하나를 택하질 못하겠다. 줄곧 한 우물만 판 인간이 40대 다 되어 새로운 터를 찾아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주변 사람들은 말한다. 이제 자리 잡아가는 교습소 더 집중해서 학원으로 키워서 관리하라고. 그런데 내게 의미 없단 생각을 해서 그런 건지 이 일이 5년 뒤에 전망 있는 일로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새로운 걸 찾아 도전하는 길이 내게 의미 있을지, 가장 중요한 돈이 벌릴 일인지 역시 모를 일이다. 최근 바리스타 강사로 일한 급여가 들어왔다. 일한 횟수가 적기도 적었지만 교습소에 비해 턱없이 적은 시급을 보며 또 생각이 많아진다. 과연 나는 어떻게 살까. 그만둘 수는 있을까.
우리 부모님 노후는 어쩌나. 내 노후는 또 어쩌나.
3,40대는 선택과 집중의 시기라고 한다. 말 그대로 이제 선택을 하고 집중해서 경제력에 속도를 붙여야 할 때. 안정 아닌 안정된 현재의 일을 할 것이냐, 더 늦기 전에 새로운 일을 하며 새로운 삶에 도전해 볼 것이냐. 다 잡아보겠다고 투잡러, 공부를 병행하는 이 시기를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 이러다 이도저도 아닌 사람이 되는 건 아닐까.
다 가질 순 없다고, 내려놓을 건 내려놔야 새로운 걸 잡을
수 있다는 말들에 마음이 묶인다. 이렇게 고민만 하다 벌써 8월이 되어버렸다. 한 해의 절반이 순식간에 사라지면서 고민은 더 깊어진다. 한 우물만 팔 것인지, 말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