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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너, 나는 나.

끝이 없는 인간관계는 없는 걸까.

by 나나키

친구들과 멀어진다. 꼭 결혼이 유일한 이유는 아니겠지만 결혼하면서 겪는 인간관계의 변화는 꽤 컸다. “아니, 원래 항상 누구랑 같이 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닌데 혼자 다는 게 뭐 좀 어때?!” 세상 쿨녀가 될 때도 있지만 믿었던 관계들에서 느껴지는 씁쓸함이란! 이래서 친구가 한두명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라 하는구나 실감한다.



인간 관계의 변화를 겪는 이유는 다양했다. 첫 번째, 결혼 전 예비남편 자랑타임. 친구가 결혼 할 사람이 생겼다고 말한 후 카톡에 수시로 사진이 올라왔다. 하루는 근사한 호텔 사진, 하루는 꽃다발에 유명브랜드의 반지 사진, 뒤이어 프로포즈사진까지. 예랑(예비신랑)은 명문대를 나왔단다. 야무지고 돈도 어느 정도 있고, 직업도 이름 들으면 알만한 기업에서 일을 한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하루는 예랑이 친구들과 모임을 가졌는데 상대적으로 자기가 부족한 것 같고 그들과 비교되는 것 같아 우울하다며 톡을 보내온다. 이 친구, 정말 우울한것일까? 우울? 우울하다고? 여기까지 읽으면 다들 알 것이다. 이것은 우울을 가장한 자랑타임이었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은 그 마음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그러고 싶을 때가 있지 않나. 문제는 이년의 자랑타임이 끝날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



"시댁이 얼마 해줘서 신축아파트 곧 들어갈 거 같아~ 관리비랑 뭐 되게 비싼 것 같더라구~ 임대아파트는 좀 낫지 않아? 속편하겠다 얘! 아유~ 시댁이 해줘도 대출이지 뭐~ 받은 만큼 또 해야하는데 이것도 다 빚이지~"



...... 네 년 지금 나 멕이는 거임? 그래서 어쩌라는 거임? 깊은 빡침이 올라오는 순간이 켜켜이 쌓이다 결국 청첩장 받는 날에 터졌다. 그럴려고 한 건 아니었지만 그날도 친구의 예랑이 자랑타임은 끝날 줄 몰랐다. 그렇게 자랑하는 남편이면 같이 오지, 왜 혼자와서 저러고 있는 거여. 한창 바쁘게 일하다 짬내서 온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한 마디 던져버렸다.



“야, 진짜 좋은 남편만나서 좋겠다~ 아유, 너의 그분은 참 대단하구나! 근데 너 좀 불안하겠네~ 관리 잘해야겠다^^ 요즘 여자도 능력있어야되는 거 알지? 일 관둔다구? 아~ 시댁에서 집해주는 거 보태주셨다했지? 어머, 모시고 살기 힘들텐데 미리 화이팅^^!”



가시돋힌 말의 의도를 알아차렸는지는 아닌지는 내 알바 아니었다. 어땠든 그 이후 친구의 결혼식에 갔고, 박수쳐줬고 뷔페를 다 털어버리겠단 각오로 바지가 터져라 와구와구 먹고 왔으니 이제 내 할 일은 끝났다. 적당히 형식적 안부 인사를 묻는 것으로 족하다. 이 밖에도 관계를 끝내게 하는 유형은 여러가지다. 칭찬해주는 척 돌려까기형, 위로를 가장해 본인이 더 낫다고 위안삼는 유형, 공감하는 척 하지만 일도 관심없는 유형 등. 현타오는 순간은 결혼 후에도 몇 차례 지속됐다.



“진짜 대단해요. 어떻게 그렇게 도전할 수 있어요? 일도 그렇게 많이 하면 돈 많이 벌죠? 저도 쌤처럼 되고 싶어요. 그래서 저도 첫째 키우고 나면 뭐라도 도전해보고 직접 돈 벌어보려구요. 근데 너무 열심히 사는 거 아니에요? 너무 보기 좋은데 힘들 것 같아 걱정이네요."



동경인지 동정인지 모를 눈빛으로 나를 보던 그녀는 대기업 남편의 외벌이 월급(내 남편의 월급 두배를 훨씬 넘었다) 도 살림하기엔 빠듯하다, 그러다보니 가끔씩 돈 쓰는게 눈치보일 때가 있다며 자기도 독립적으로 살고 싶다 했다. 멋지단 말, 닮고 싶단 말에 멍청이 같은 나는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들어 그동안 시도했었던 여러 모든 방법을 입안이 마르도록 설명해줬지만 그녀는 둘째가 생겼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자기는 사실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면서 독립적이고 도전의식 넘치는 내가 여전히 부럽단다. ’진짜 부러운 거 맞는 거지...?’ 이미 알고 있는 답을 괜히 묻고 싶기도 했다. 그 만남 이후로 그 분과는 안부도 묻지 않는다.



사람은 각자 힘듦의 포인트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과 멀어진 게 내 못난 자격지심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친구 남편이 어느 대학에 얼마 버는지 더 듣고 싶지 않았고, 나를 부러워 하던 그 선생님의 눈빛은 동정이라는 것을 깨달았을뿐이다. 그렇게 인간관계가 하나 둘씩 정리가 됐다.

인생! 진짜! 뭐같구만! 취집하는 여자의 팔자란 타고나는 것인가! 배부른 소리하는 그들이 한심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부러운 게 솔직한 마음이다. 나도 취집하고 싶다! 나도 누가 집사줘라! 애는 안갖는 게 아니고 못갖는 거야! 고래고래 소리지르은 순간도 너무너무 많았지만 어쩌겠나. 그들과 나는 갈 길이 다른 것을. 가장의 무게 짊어지고 가기도 벅찬 생활, 불필요한 것들이 정리된 것이라고 여길란다.

잘 먹고 잘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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