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해먹고살지?!
“취집 할 팔자는 따로 있는 겁니까?!!!! ”
하늘에 대고 소리쳐봤자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취집을 꿈꿨던, 잠시나마 결혼을 통해 편해지고 싶었던 이기적인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일평생 빚만 갚다 인생 끝날까 두렵기도 하지만 뭐 다른 방법이 있나! 일단 벌어야지!
자, 그럼 이제 뭘로 돈을 벌어야 할까.
장거리 부부였지만 코로나로 예정보다 일찍 지역 이동을 하게 됐다. 가족도, 친구도, 직장도 안녕해버리고 온 부산. 여기서 뭘 해 먹고살 수 있을까? 취업포털사이트에 들어가 봤더니 다행히 학원 강사를 구하는 구인광고는 제법 있었다. 영어강사로 오래 일한 터라 이걸로 당장은 밥벌이를 할 수 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그런데 무슨 깡이었는지 지금도 모르겠지만 학원에 취직하는 것 대신 상가를 계약해 버렸다. 그리고 교습소를 차렸다. 학생도 없고 동네 적응도 아직인데 전 재산 다 털어서, 그게 내 남은 마지막 비상금이었는데!!! 진짜 귀신이 들린 건지 어쩐 건지, 빚 갚느라 그렇게 고생을 하고도 겁 없이 대출까지 받았다. 미쳤다! 미쳤어! 정말 무슨 자신감이었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자신감이라기보다 오기였다. 인생은 어차피 내 맘대로 안되고 있고! 돈은 벌어야 되고, 그럴 거면 그냥 내가 차려서 벌자!!! 망하기야 하겠어!!! 망하면 진짜 세상 너 이 자식 가만 안 둔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오기.
말도 안 되는 오기가 맞았다. 상가를 계약 후 교습소를 열고나서의 결과는 처참했다. 계약한 상가는 건물 내부에 있다 보니 밖에서 보이지 않는다. 자리가 중요하다는 말을 실감했다. 뭐, 가진 돈으로 선택권이 그것밖에 없기도 했지만...;; 자리가 외진 것도 있었겠지만 그러기엔 원생이 정~~말 모이지 않았다. 2명으로 6개월을 버텼으니까. 상가 임대료며 관리비, 대출... 나갈 돈은 쌓여만 갔고 '자영업자의 눈물' 그걸 내가 흘리고 있었다. 으흑! 진짜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왈칵 난다. 창문만 보이면 뛰어내리고 싶을 정도였으니.
그렇지만 나는 강한 여성이었다. 내가 원래 강하다기보단 환경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나갈 돈은 많고 벌리는 돈은 없으면 돈을 벌어야지! 교습소에서 자리는 지키고 있어야겠고, 돈은 벌어야 되고, 그럼 어떻게 하지? 머리를 싸매다 온라인 과외 모집을 시작했다. 이왕 온라인에 손댄 김에 유료 영어 스터디 모임도 모집했다. 코로나로 지역 이동을 급하게 하게 된 우울 스토리가 있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때 줌으로 수업할 수 있는 자료를 긁어모았다. 매일 같이 이 그지 같은 코로나라며 욕했는데 코로나 덕에 새롭게 수업하게 되다니, 인생 정말. 짜릿하다 짜릿해, 아주 늘 새로워 돌아버릴 것만 같다.
그 노력이 어떻게 통한 건지 다행히 교습소의 원생은 꾸준히 늘고 있고, 이제 제법 자리를 잡았다. 온라인 과외도 딱 때맞춰 정리가 됐고, 스터디 모임은 지금까지 유지하면서 그 덕에 나도 계속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인생은 정말 버라이어티 하다. 이 버라이어티 한 인생을 겪으며 세 가지를 깨달았는데 인생은 진짜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 두 번째,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이 세상 놈이 나를 벼랑 끝으로 내몰아버린다는 것. 그러므로 뭐라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뭐라도 하라는 말이 압박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사실이다. 정~~말 뭐라도 해야 한다. 아무도 내 인생을 구해주지 않으니까! 결혼을 해도, 가족이 있어도, 친구가 있어도 결국 내 인생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 특히 경제력! 물려받을 재산이 어마 무시한 게 아니면 빨리 정신 차리고 돈을 벌 수단을 찾아야 한다. 본 투 비 생계형 인간인 나는 지금도 돈을 벌 수단을 찾아 헤맨다. 인생이 또 어떻게 변할지, 일이라는 것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이렇게 억지로 부지런한 생활인이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