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의 뜨거움, 수갑으로 식는다.

소멸시대 지역경찰 - 6화

by 푸르름

내가 근무하는 곳은 땅은 커다랗지만, 인구는 1만 명밖에 안 되는 아주 작은 동네이다. 분실물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든지, 교통사고 신고를 제외하면 특별한 신고가 없는 마을이다. 그러나 주기적으로 심각한 신고가 떨어지는데 바로 음주운전 의심 신고다.


보통 음주운전은 단속을 통하여 걸린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사실 많은 주민이 ‘앞차가 비틀거린다.’ ‘음주한 것 같다’라는 의심 전화로 더 많이 단속된다. 해당 내용을 112에 신고 하면 인근 지구대 파출소에서는 재빨리 추적을 시작하며 인근 지구대와 파출소에서는 길목을 막고 기다린다.

그리고 가글로 인한 오 감지나 운전미숙 등 오인신고인 경우도 있으나 절반 이상은 면허 취소수치인 0.08% 수치가 나오기도 한다.


음주단속이야 의경 때 2년간 주구장창 해온 것이니 크게 어렵지 않았다. 음주측정을 거부하는 대부분 시민도 처벌 조항을 고지하면 음주 감지기를 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주 극히 드문 경우 단속 경찰관을 위협하여 차량을 도주하기도 하나, 빅 브러더 역할을 하는 CCTV가 관리되는 현대사회에서 끝까지 도망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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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3월 중에도 유난히도 추운 날이었다. 보통 음주 신고라 봐야 야간에 오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오후 2시가 겨우 넘은 시각 음주운전이 의심된다며 신고가 들어왔다. 낮술을 마시는 사람은 이 동네에 없기에 의아한 마음을 가지면서도, 순찰차를 타고 재빨리 회전교차로로 차를 몰고 가 신고자와 전화하며 살펴보았다. 그리고 정말 신기하게도 그토록 멀리 있으면서도 수많은 차량 중에 갈지자로 비틀거리는 차량 하나가 내 눈에 띄었다.


회전교차로에서 사고라도 날까 놀라 재빨리 사이렌을 키고 마이크로 여러 번 정차를 외쳤다. 차량은 낮임에도 불구하고 번쩍거리는 경관 등에 몇 번 곡예 운전을 하더니 도저히 도망칠 곳이 없자 갑자기 방향을 틀어 병원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다행인지 뭔지 해당 병원의 주차장은 출입구가 하나뿐인 주차장이었다. 독 안에 든 쥐라 할지라도 궁지에 몰리면 주변 차들을 모조리 박을 위험이 있어 우리는 천천히 해당 차량에 접근하였다.


차량 운전자는 우리가 다가서자 무언가 황급하게 감추려다 포기한 듯 우리를 처량하게 바라보았다. 그의 손에는 소주병 6개들이 묶음이 뚜껑이 열린 채로 들려있었다.

“선생님 신고받고 왔습니다. 창문 내리시고 감지기 불어주세요”

“술병 다 보입니다. 일단 창문 좀 내려주세요”

순찰차로 뒤를 막아서고 경찰 두 명이 양쪽에서 창문을 열라고 권하자 사내는 몇 번을 망설인 끝에 천천히 창문을 열었다. 그와 동시에 차 안에서 코를 찌를 듯 퍼지는 소주 냄새는 이미 취소 수준을 아득히 넘은 듯했다.

“형님 봐주세요.”

나이가 60살은 족히 되어 보이는 사내는 냄새에 정신을 못 차리는 우리를 향해 창문을 열자마자 형님을 외쳐댔다. 형님이라니. 우리가 무슨 조폭도 아니고 형님이 웬 말이냐 말인가.

“저희는 신고를 받고 온 것입니다. 감지기 불어주시죠”

“아니 그러지 말고 좀 봐주세요. 형님 진짜 저 이번에 들어가면 죽어요!”

아버지보다도 더 늙어 보이는 사내는 감지기를 든 내 팔을 잡아당기듯이 끌어안은 채 봐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병원을 찾아온 사람들, 인근 식당을 방문한 사람들 등 수많은 이들이 마치 재미난 구경거리라도 생긴 듯 주변에 점점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우린 측정 불응할 시 더 크게 처벌될 수도 있다고 하였으나, 사내는 무릎까지 꿇으며 요지부동이었다. 가끔 이런 일을 당해 봤기에 낯선 풍경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가뜩이나 붐비는 병원에 계속 피해를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법(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2항)대로 하면 측정거부는 2회 이상 요구 뒤에도 이유 없이 거부할 시 체포할 수밖에 없다. 사내는 30여 분이 넘는 동안 3차례가 넘는 요청에도 불구하고 측정거부를 외치며 도저히 차 안에서 나오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체포를 위해 동영상을 촬영하며 수갑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내는 더는 버틸 수 없다는 듯 “지긋지긋하네”라며 대뜸 차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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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서 내리자마자 사내는 대뜸 옷으로 주변을 가리더니 갑자기 손에든 무언가를 나에게 건네주려고 하였다. 순간 흉기라도 들었나 해서 재빨리 손목을 잡아채 보니 그것은 다름 아닌 지폐 다발이었다.

보통 처음 겪는 일에는 30초간 멍하니 바라만 볼 정도로 무딘 성격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0.1초도 고민하지 않고 나는 대뜸 “지금 뭐하십니까?!!”라고 고함을 질렀다.


그는 예기치 못한 고함에 당황하면서도 ‘적어서 그래요? 형님 내가 지갑에 있는 거 모두 줄게요’라며 계속 지폐를 쥐여주려고 했다. 나는 해당 행위가 뇌물공여 혐의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를 하면서도 그의 손을 보고서는 웃음이 나올 뻔하였다.

자세히 보니 그가 건넨 돈다발은 다름 아닌 천 원짜리 3장과 5천 원짜리 한 장, 즉 8천 원이었다. 물론 금액을 떠나 해당 행위가 매우 중범죄에 해당하는 건 사실이지만 동시에 실소가 터져 나왔다. 정말 8,000원을 뇌물로 주려 한 것일까.


“형님 진짜 이거 받고 이번 한 번만 봐줘. 하라는 대로 따라갈게”

우리는 그 자리에서 해당 피의자에게 차 키를 받고 차에 태워 파출소에서 조사를 시작했다. 측정거부를 한 점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그가 자그마치 몇십 년 동안 5번이나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는 점이었다. 5번을 단속 및 처벌되어도 운전면허가 있다는 게 놀라울 뿐이었다.


조사를 마치고 추후 교통과에 조사받으러 가라는 우리의 말에 울고불고 무릎까지 꿇으며 봐달라고 사정하던 사내는, 끝까지 차 키를 주지 않자 카이저 소재마냥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하여간 짭oo끼들 남들껀 잘 받아먹으면서”라며 욕설을 내뱉으며 택시를 타고 갔다.

마치 코미디 같은 그를 바라보며 쓴웃음과 동시에 굉장히 슬프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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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에 음주 처벌을 받았음에도 또다시 술을 잔뜩 마신 채 운전을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슬프고, 자신의 행위를 8천 원 정도로 가벼이 여기는 모습도 슬프고 기괴스러웠다.


그가 5만 원 수천 장을 주어도 어렵게 얻은 이 직업과 바꿀 마음은 전혀 없으나, 남의 생명을 위협하는 음주운전을 작은 장난이라 여기는 듯 돈을 내밀며 비굴한 웃음을 짓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법이 점차 강화된 덕인지, 추후 그는 상습 음주운전이 인정되어 이번에는 징역이 선고되었다고 들었다. 부디 그의 기행이 이번을 끝으로 근절되기를 간절하게 바라며, 나 또한 음주만큼은 신속하게 단속할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


* 알아둘 것

- 면허 취소 시 1회 위반은 1년 경과 후 재응시, 2회 위반은 2년 경과 후 재응시, 3회 이상인 경우는 최대 3년 경과 후 재응시가 가능하다.

- 면허 정지 수치인 0.03%는 맥주 500ml 한 잔만 먹어도 나올 수 있으며, 이론상 시간당 0.015%씩 감소되나 사람마다 다르기에, 반드시 대리운전을 부르는 것이 좋다.

- 단순 음주 단속 시에는 체포될 가능성이 적지만, 측정을 거부할 경우에는 체포될 가능성이 높다. 음주운전은 절대로 해서는 안되지만 만약 단속되었다 하더라도 절차대로 따르고 추후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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