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시대 지역경찰 - 10화 '테이저건'
우리 집안 체형은 정말 조상 대대로 무사 중의 무사 체형이다.
그 예로 운동이라고는 숨쉬기밖에 안 한 할아버지는 친구분들이 다 돌아가시고 홀로 남아 계시다가 90을 훌쩍 넘은 나이에 자연사하셨다.
할머니도 현재 90을 넘기셨지만, 정신도 총명하시고 그 연세 때에 보기 드문 건강을 갖고 계신다.
이런 혈통을 이어받아 자랑 아닌 자랑이지만 내 몸은 상당히 튼튼하다. 여태 강한 운동을 아무리 해도 이틀 이상 아파보거나, 뼈가 부러져 본 적이 없었다.
몸으로 느끼는 가장 고통스러운 기억이라고는 훈련소에서 최루탄을 들이켰을 때가 유일했던 것 같다. 아, 이건 정말 힘들었다. 눈물과 콧물이 얼굴 전체를 뒤범벅되게 만들었던 끔찍한 추억이다.
그러나 최루탄보다 더 공포스러운 경험을 해 본 적이 있다.
경찰대학에서 1년간 교육이 거의 끝나갈 무렵. 우리는 전자충격기를 사용하는 실습을 하게 되었다.
'x-26'이라 적힌 미국제품의 전자충격기, 즉 테이저건은 장난감 총처럼 생겼고 실제 사격을 했을 때도 권총과 달리 테이저건을 쏠 때 느껴지는 것이라곤 발사를 했다는 사실 뿐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다만 신기한 것은 발사하면 두 개의 전극침이 위아래로 동시에 나갔고, 두 개 모두 몸에 꽂혀야 제대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맞추는 상대 없이 발사만 한 나는 강력범을 잡으려면 전자충격기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머리에 스쳤다. 권총과 같은 위압감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이때 교수님이 웃으며 우리에게 직접 체험해볼 것을 권유하였다. 그때부터 나른하던 강의실 분위기는 순식간에 무거워졌다.
빛의 속도로 먼저 하겠다고 손을 든 동기는 해병대 수색대 출신에 키는 190cm에 몸무게도 100kg이 넘어가는 장사였다. 더군다는 아무리 술을 먹어도 취하지 않던 강하디강한 친구였다. 당당하게 발사지점에 선 그를 보니 그 어떤 것에도 끄떡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누가 저 몸을 쓰러뜨릴 수 있을까?
호기롭게 나선 모습과 달리 충격기가 발사되자마자 그는 마치 보이지 않는 칼에 베여 독침이라도 맞은 듯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엎어졌다. ‘설마?’ 하며 나선 다른 동기들 역시 무기력하게 쓰려져 나갔고, 그것을 보던 나는 내 차례가 오자 슬슬 얼굴이 달아오르고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양쪽에 동기들이 내 팔을 붙잡고 뒤돌아선 뒤 얼마나 지났을까 격발! 이라는 소리와 함께 뭔가 작살이 등 뒤에 꽂히는 끔찍한 고통이 왔다. 그리고 정말 생전 겪어보지 못한 충격이 온몸을 타고 올라왔다. 발끝에서부터 엄지손가락만 한 쇠 구슬이 점점 몸을 타고 올라가더니 목 위까지 천천히 온몸을 두들겨 때리는 거 같았다. 그리고 실제 5초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 순간은 체감상으로 5분 이상 쇠 구슬로 온몸이 두들겨 맞는 기분이었다.
한 번 맞고 나니 소리없이 날아가던 이 힘없어 보이는 테이저건이 왜 비살상용무기로 효과적이라고 하는지 알게 되었다. 또한 단순 사고에 테이저건을 사용할 만큼 이 테이저건이 만만한 녀석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후 임관을 한 뒤, 사복을 입는 수사과에 배치되었다가 3년 만에 파출소에 와서 그 공포의 테이저건을 차게 되었을 때 그때의 고통이 그대로 전해져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딱히 테이저건을 실제 사용하는 일은 없을 거 같았다. 물론 나의 예상은 늘 빗나가지만
밤보다 낮이 긴 여름 해가 겨우 넘어가 퇴근이 가까워질 무렵. 익숙하지 않은 신고 알림이 울렸다.
‘code0 code0 식당으로 깡패가 찾아와 난동을 부린다는 신고’
신고를 보았을 때 두 눈을 의심했다. 주민들끼리 싸우거나 심지어 칼을 들고 난동을 부리는 사건도 보았지만, 이 작디작은 동네에 “건달”이라니. 7개월 만에 처음 보는 사건에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재빨리 팀장님과 함께 5분도 안 되어서 해당 장소로 도착하였다.
장소에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40대로 보이는 남성이 있었다. 오후 4시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남성은 이미 만취 상태였고 술병을 들고 소리치고 있었다.
“선생님 그 술병은 내려놓으시고 뭐 때문에 소리를 치시는데요?”
“넌 또 뭐야 경찰이야 아주 어린애가 왔어. 야 됐고 감히 신고해? 이 동네에서 나를 거치지 않고 감히 장사 못 하니까 두고 봐”
경찰이 왔는데도 불구하고 신고자를 협박하는 모습을 보며 가만둘 수는 없었다.
나는 재빨리 대대로 혈통 있는 건장한 몸을 이용해 해당 남성을 밀어내 밖으로 내보냈고 신분증을 요구하였다. 그러자 남성은 뜬금없이 oo 경찰서 서장을 아냐고 되물었다. 멘트 하나하나가 너무 유치해서 드라마나 영화를 찍는 줄 알았다.
“야 너 계급이 뭐야. 어린놈이 세상을 아주 많이 모르네. 너 그렇게 살면 세상 살아가기 힘들다. 뭘 알긴 아냐? 너 실수하는 거야 내가 지금 oo에서 경찰서장한테 전화한다.”
“네네 서장을 아시든 청장을 아시든 관심 없고 신분증 주시라고요”
경제팀에 있으면서 전화로 자신이 서장, 검사를 안다는 사람은 많았지만 이렇게 대놓고 말하는 사람은 처음 봐서, 헛웃음이 나왔다. 남성은 내 당당함에 어이가 없었던지 이번에는 소주병을 휘두를 것처럼 팔을 휘저으며 나에게 몸을 들이대며 다가왔다.
시간이 오후 4시밖에 되지 않았기에 가게에는 사람들이 모여있었고 자칫했다가 그 사람이 병을 옆으로 던지거나 달려들면 주위에 있던 주민들이 다칠 수도 있었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남자를 밀치고 재빨리 테이저건을 반쯤 꺼내며 그와 대치하였다.
그러자 세상 무서운 것 없어 보이던 남자는 테이저건을 보더니, 얼굴이 떨렸다. 그 순간 다른 사람은 알 수 없었지만 직접 맞아본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렇다. 분명 그 표정은 테이저건을 맞아본 사람만이 보일 수 있는 두려움과 공포의 표정이었다. 그 찰나의 모습을 놓치지 않고 자칭 그 구역 최고 깡패라는 남성을 나는 구석으로 밀어붙였다.
남성은 몇 번 뒷걸음 치더니 때마침 나오는 팀장님을 보고는 얼른 그쪽으로 몸을 틀었다.
“내가 신분증 주긴 줄 건데 어린놈이랑 난 얘기 안 해 형님 형님이랑 얘기합시다”
“엉뚱한 얘기 마시고 자, 이제 3차 경고입니다. 소주병 내려놓고 가세요”
단호한 내 말투에 남자는 마지막 자존심이라는 듯 내 쪽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소주병을 땅바닥에 내려놓고 팀장님을 향해갔다. 팀장님은 나를 힐끗 보고는 노련하게 남성을 끌고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 신원을 확인하였다.
한참을 대화한 팀장님은 해당 남성에게 협박 및 업무방해로 진술서를 받아내고 추후 형사과로 출석하기로 하였다. 또 한 번이라도 신고자 가게를 찾아가면 바로 체포할 것을 경고한 뒤 집으로 보냈다.
다시 돌아올 것을 대비해 우리는 10여 분간 해당 장소에서 지켜보았다. 신고자는 너무 놀란 나머지 더는 장사를 할 수 없다며 문을 닫고 떠났다. 우리는 떠나는 신고자에게 해당 인물이 얼굴만 보여도 재신고해달라 요청한 뒤 파출소로 돌아갔다.
“상태가 안 좋은 거로 봐선 다시 찾아갈 수도 있겠는데요. 퇴근을 좀 늦추고 그 뒤에도 다음팀에게 얘기해 놔야겠습니다.”
“걱정하지 마. 신분증에 이름 보니까 예전에 옆 팀에서 체포한 사람이야. 아까 말하면서는 고분고분하면서 알아서 갈 테니까 자기 면 좀 세워달라고 헛소리나 하더라고. 네가 테이저건 꺼내서 적잖이 놀랬나 보던데 ”
당연히 진짜 테이저건을 맞아봤다면 그 앞에서 난동을 부린다는 건 맨정신으로 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나조차 아직도 테이저건을 실습할 때마다 표적에 박히는 전극침을 보면 왠지 모르게 온몸이 얼어붙는다.
어휴 그 공포.
여러모로 경험의 중요성을 알 수 있었던 하루였다. 테이저건을 맞아보지 않았다면 해당 인물의 표정이 무엇 때문인지 몰랐을 것이며, 서로 너무 흥분한 나머지 실수로도 누군가는 다칠 수도 있었다.
그 뒤 내가 파출소를 떠날 때까지 4개월간 소위 지역 ‘건달’께서는 해당 시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100만 볼트 테이저건의 위력!
Tip
- 상표 이름이었던 ‘포크레인’이 굴삭기에 대명사가 된것처럼, ‘테이저’건도 전자충격기를 만드는 미국 AXON 회사의 상표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