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벨을 울리는 아이들

소멸시대 지역경찰 - 16화

by 푸르름

시골파출소에서의 경찰근무 경험은 나를 새로운 경찰로 거듭나게 만들었다.


우리가 영화나 소설의 소재로 나오는 것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일상이라 하루하루가 새로웠다. 난 가끔 영화를 만들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영화 속의 경찰은 일상이 너무 힘들거나 잔인한 사건에 연루되는 것만 그리지만, 따뜻한 일들도 많이 벌어진다는 것을 꼭 알리고 싶다.


“띵동 띵동”

이 소리는 70년대 초인종 소리가 아니라 지구대와 파출소 정문에 있는 감지센서 소리다.

보통 파출소의 구조는 정문을 지나 10걸음은 걸어야 출입문까지 다가올 수 있으므로 cctv로 누가 다가오는지 직원들은 볼 수 있다.


회의를 하거나, 현행범체포로 조서를 작성하는 등 너무 혼잡하더라도 시민이 방문했다는 알리는 중요한 알림 벨이다. 보통 직접 방문하는 경우는 범죄를 신고하거나 도움을 청하는 시민분들이 대부분이기에, 방문벨이 울리면 상당히 긴장을 하고 출입문을 바라본다.

그러나 모든 동작에 반응을 하는 벨이라 그런지 바람이 세게 불거나, 비나 눈이 묻어도 방문벨은 어김없이 울려댔다. 특히나 날씨가 신선해지면 활동량이 많아지는 고양이들의 방문으로 인한 오작동이 많았기에 우리는 아무 일없이 방문 벨이 울린 경우를 흔히 ‘고양이예요’라고 통일해서 알려주곤 했다.

물론 진짜 고양이보다 벨을 많이 울리는 그 꼬마들이 몰려들기 전까지는 말이다.

학기말이 다가오자, 1년간 친해진 아이들도 저마다의 친구들과 어울려 작은 시내의 활기를 불어넣어준다.

낮에는 인적이 드물던 무인 셀프 편의점에도 초등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고, 동네 순찰 때는 한번 보기도 힘든 꼬마 아이들이 떼 지어 학원 차를 기다린다.

아이들이 파출소에 처음 방문하게 된 것도 이때부터였던 거 같다.


“띵동 띵동”

어김없이 울리는 벨소리에 cctv를 바라보았지만 그곳에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꼬마아이 3명이 주춤주춤 거리며 파출소로 다가오고 있었다.


“고양이 벨.....인 거 같습니다.”

나는 순간 당황하여 천천히 팀장님에게 보고하였다. 같습니다는 또 뭐냐며 당황하던 팀장님이 반응을 채 하기도 전에 꼬마아이 3명은 출입문을 세 번 똑똑똑 두들겼다.


“들어가도 될까요!”서로 몸을 밀치며 아이들이 말했다.

아이들의 순수한 반응에 우리는 빵 터진 웃음을 참고는 어서 들어오라고 친절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친구랑 다툼이 생겼는데 누구 잘못인지 알려주세요” 아 또 내가 판사가 되어야 한다.

5학년인 학생들은 서로 무인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 내기를 하였는데 1000원짜리를 고르기로 해놓고, 친구가 1500원짜리를 찍어버리고는 먼저 나가버렸다는 것이다. 나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친구에게 이유를 묻자 친구는 덜덜 떠는 듯한 목소리로 자신도 예전에 똑같이 당해서 그랬다고 답하였다.

자신이 맞았다는 걸 얼마나 증명하고 싶어 하던 나이인가. 나는 옥신각신 하려는 꼬맹이들 막아서고는 각자에게 500원어치 이상의 경험을 내가 사주겠노라고 하였다. 또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무서운 도덕선생님 역할도 하였다.

나는 아이들이라면 누구라도 흥미를 가질만한 순찰차로 그들을 안내하였다. 평소에도 교육목적으로 아이들에게 순찰차를 체험시켜 주기도 하기에 나에게도 좋은 경험이라고 판단했다.

뒷좌석이 열리지 않는 순찰차에 타보기도 하고, 사이렌과 경광등을 키는 경험을 하며 서로 날을 세우던 아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낄낄 거리며 어느 상황에 경광등을 켜는지 열심히도 배웠다.

이후로 때때로 아이들은 힐끔거리면서 고양이벨을 살포시 건드리고 간다. 그러다 내가 출입문을 열고 무슨 일이냐고 되물으면 조심스럽게 다가와 시시콜콜한 이야기들로 질문을 해댄다.


“옆반 친구가 다른 친구를 괴롭히는 거 같으면 뭐라고 해줘야 하나요”

“아파트에서 허락 없이 강아지를 키우면 아저씨가 잡아가요?”

“동네에 오토바이를 시끄럽게 하는 나쁜 형들 혼내주세요”


이들에게 경찰은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자고 모든 사람은 경찰 말을 다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서류를 작성하거나 다른 일을 할 때에 찾아오면 엄하게 대하여 더 이상 못 오게 해야 하나 생각이 든 적도 많다.

더군다나 그들 가까이에 경험이 노련한 ‘선생님’들에게 물으면 더 잘 대답해 줄 것이라 말해준 적도 많다. 살짝 번거로움을 학교 선생님들에게 넘기려고 했으나

그러나 그때마다 아이들은

”선생님도 좋고 여기도 좋아요. 여기서는 잘못한 사람들 다 벌줄 수 있고 아이스크림도 2개 먹으면 맛있잖아요! “


악의 없는 순수한 그들에게 답변에 언제든 오라며 크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겨울이 지나고 겨울방학이 시작되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레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다.

때때로 바람에 의해 고양이 벨이 울릴 때면 혹, 아이들이 오늘도 난처한 일이 생겨 나에게 오나 싶어 목을 길게 빼기도 하였다. 그러나 영화에 나오는 것보다 더 큰 눈이 오고 난 후 나 역시 파출소를 떠나게 되며 삼총사는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되었다.


그래도 그들이 고양이 벨을 다시 울리고 찾아온다면 어떤 모습을 보일지 참으로 궁금하다.

그들에게 파출소란 공간이 위급할 때 피난처이자, 평상시에 안식처 중 하나로 자리매김 하게 된 것이길 바라본다.


고양이벨을 울리고는 서로 밀치며 다가오던 꼬마아이들이 문득 떠오르는 바람 매서운 겨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