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보는 교향곡

by 푸르름

추천곡 : 베토벤 9번 교향곡

출처 : flickr


어린 시절 수많은 교향곡을 들으며 궁금했던 점이 있다. 가장 짧게 연주하는 교향곡은 무엇일까? 가장 오랜 시간 동안 만든 교향곡은? 가장 많은 교향곡을 만든 사람은? 베토벤만 10번을 못 만든 것일까?


오늘은 독자분들과 이러한 궁금증을 짧게 숫자로 알아보고자 한다.


1. 가장 짧게 걸린 곡 가장 오래 걸린 곡


신은 천재를 내시면서 그의 재능에 반비례하는 시간을 허락하시는 것 같다.


서양음악사에도 젊은 나이에 아깝게 요절한 음악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음악가들이 꽤 되는 편이다.


35세에 생을 마감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를 필두로 프란츠 슈베르트가 32세, 필릭스 멘델스존이 3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짧은 생애를 아낌없이 보내려는 듯 모차르트는 4세라는 나이에 최연소 작곡가로 데뷔한 기록도 갖고 있다. 모차르트는 외연적으로 타인들이 보기에 너무나 쉽게 그러나 너무나 아름답게 곡을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모차르트가 단 4일 만에 교향곡 36번 린츠를 완성해 낸 일화에서 그는 천재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야말로 교향곡을 뚝닥 만든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하겠다.


이렇게 최단기간에 완성된 교향곡에 견주어 브람스는 교향곡 1번을 완성하는데 까지 21년의 세월이 걸려 이 분야 최장기간의 작곡 이란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브람스가 긴 세월 동안 고심을 거듭하며, 교향곡 1번에 매달린 이유는 자신에게 엄격한 성격으로 인해 초기 스케치를 수정하고 없애고를 반복했기 대문이며, 베토벤의 작품에 견주어 손색없는 아니 뛰어넘는 교향곡을 기대하는 시대적 분위기에 압박감을 느낀 대문이다.


고진감래라 했던가 브람스는 이 곡을 만든 이듬해인 1877년 당대의 최고의 지휘자 한스 폰 뷜로로부터 '베토벤의 교향곡 10번'이라는 칭호를 받는 등 호평 일색의 찬사를 통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할 수 있다.



2. 가장 많은 곡 , 가장 긴 곡


최다 교향곡을 작곡한 기록은 단연 하이든이 104개 교향곡을 만들어내 교향곡을 찍어내는 공장장의 영광을 안았고, 베를리오즈, 프랑크 등이 단 1개의 작품을 만들어 교향곡 작곡가로 체면치레를 하고 있다.


한 곡의 교향곡을 연주하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에서 말러의 8번 교향곡, 천인 교향곡이 140분으로 단연 1위를 차지했고, 모차르트의 교향곡 1번이 16분으로 최단 시간 교향곡으로 기록되어 있다.

천인 교향곡은 제목에서 보여주듯 최다 연주자가 동원돼야 한다는 기록도 갖고 있다.



3. 마의 숫자 10


그렇다면 교향곡에서 가장 뜻깊은 숫자는 무엇일까?


메이저 급으로 분류되며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작곡가들의 교향곡 작품에 있어, 나는 10을 마(魔)의 숫자로 뽑고 싶다.


10은 참 나타나기 어려운 숫자이다. 루드비히 판 베토벤은 '합창교향곡'을 끝으로 9개의 교향곡을 남겼고, 그의 열렬한 추종자인 슈베르트 역시 '더 그레이트'를 마지막으로 9개 교향곡을 발표했다.


응원가로 애용되는 신세계 교향곡을 작곡한 드보르작도 9번까지이고, '푸르 옷소매' 환상곡으로 유명한 근대 영국 음악의 자존심인 본 윌리엄즈 조차도 9번까지가 작곡 후 10을 넘지 못하였다.


그나마 교향곡 작품 수가 10개를 달성했지만 결국 9번에 발목 잡힌 작곡가로는 브르크너가 있다.


그는 신기하게도 0번 교향곡을 만들었으나, 9번에서 멈추면서 벽을 넘지 못했고, 그의 수제자 말러도 10개의 작품을 남겼지만 9번까지만 완성하며 스승을 따라갔다.


다만 말러 사후 초고를 기초로 데릭 쿡(Deryck Cooke)이 완성한 10번 교향곡 전하고 있지만, 이 곡은 누구나 느끼고 있듯 말러에 대한 향수(鄕愁)만 짙게 만드는 곡이라 아쉽다.


이외에도, 작곡가로서 뛰어난 명성을 자랑하는 멘델스존이 5번, 슈만이 4번, 브람스가 4번, 차이 코프스키가 6번, 발라키레프는 2번, 보로딘이 3번, 프로코피에프가 6번, 시벨리우스가 7번에서 멈추는 등 수준 높은 교향곡을 10번까지 쓴 다는 건 요원한 일처럼 굳어져 버렸다.


다행스럽게도 무난히 10번의 장벽을 넘어서는 이들도 이름을 전하고 있으니 루이지 보케리니가 20번, 요아킴 라프가 11번, 리콜라이 미야 코프스키가 27번, 프란시스코 말리피에로가 11번,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가 15번, 미에치슬라프 바인베르그가 22번까지 만들어 내며 많은 음악 애호가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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