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기념일과 클래식(5) - 9.7 푸른 하늘의 날 기념

by 푸르름


추천곡 : 자코모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 중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



우리 집은 겨울이 오면 항상 강원도를 찾는다.

코로나 이전 해외를 갈 수 있음에도, 우리 집은 한번쯤은 반드시 춘천을 들러 강원도의 풍경을 눈에 담고 간다.

“이번에는 제주도나 남해안을 가보자, 강원도 이제 지겹지 않아?”

어린 투정이라도 부릴 때면 부모님은 준비라도 되었다는 듯, 그들의 20대 시절을 이야기해주신다. 아버지의 군 생활, 어머니의 교사 초임 시절 등 이미 수십 번도 더 들었지만, 마치 눈앞에 어른거리는 듯 생생히 이야기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에 어느새 우리 집 차는 강원도를 향한다.

그리고 추억은 항상 “이번에 가도 맑은 하늘의 별이 보이겠지?”라는 궁금증과 함께 끝이 난다. 밤이 되면 달과 금성만이 빛나는 지금과 달리, 푸른 하늘 아래 수많은 별들이 쏟아지던 밤을 기억하는 부모님은 강원도에서 그 별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이다.

‘또 강원도야?’ 란 생각에 불만스러웠던 나의 마음은 맑은 하늘 가득 찬 별의 모습에 감동으로 바뀌었다. 코로나 이전에도 미세먼지로 숨을 쉬기 어려워 마스크를 쓰던 우리 세대에게 맑은 하늘의 쏟아질 듯 별을 본다는 것은 알면서도 벅찬 경험이었다.


그러나 집에 돌아가면 이 별들을 내 자식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란 의문에 가슴 아프기도 하였다. 아마 다음 세대는 강원도에서 조차 별을 보지 못하고 영상에서나마 대리 감상을 해야 할지도 모를 것이다. 그만큼 푸른 하늘보다 잿빛 하늘이 우리에게 익숙해져 갔고, 그 점이 미래세대에게 가장 미안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정부나 사회에서도 이의 시급성을 아는 듯 푸른 하늘을 위해 몇 년간 노력하고 있다. 9월 7일은 우리나라가 최초로 제안하여 UN이 공식 지정한 ‘푸른 하늘의 날’이다. 우리 모두 공기로 연결되어 있으며, 직장 사회 정부 나아가 국경을 넘어 함께 푸른 하늘을 만들어가자는 뜻에서 2020년부터 시행된 기념일이다. 단순 기념일 만으로 이미 수많이 파괴된 오존층과 미세먼지가 바뀔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 기념일이 작은 한 발을 내딛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 믿는다.

이러한 푸른 하늘의 날을 기념하여 추천할 클래식 곡은 자코모 푸치니가 만든 오페라 ‘토스카’의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이다.

이탈리아의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 오페라 작곡가로 이름이 날린 푸치니(Giacomo Puccini, 1858~1924)는 신선하고도 참신한 다양한 형태의 작품들을 선보인 이탈리아의 보물이다.

그에 삶을 짧게 소개하자면 푸치니는 밀라노 음악원에서 시간의 춤으로 유명한 폰키엘리 (Amilcare Ponchielli)에게 사사하면서 음악 재능을 인정받았다. 1884년 오페라 첫 작품 '요정 빌리(Le Villi)'로 공모전에 지원했지만 떨어지는 좌절을 겪었지만, 그의 가능성을 눈여겨본 리코르디 출판사에서 작품을 후원한 끝에 푸치니 역시 세상에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고 한다.. 푸치니는 이후 1896년 초연을 시작으로 대표작이자 3대 오페라로 손꼽히는 작품 '라 보엠', '토스카', '나비부인' 등으로 유럽에서 명성을 떨치며 미국에까지 진출할 수 있었다.

이후 약간의 타성에 젖는 모습을 보였지만 푸치니는 이에 굴하지 않고 오페라 작곡에 자신의 열정과 노력을 다 쏟아부었다. 그에 끊임없는 노력은 말년의 그가 새로운 경지를 펼쳐 보인 일대 걸작이자, 세계적인 흥행을 이룬 마지막 이탈리아 오페라 '투란도트'를 집필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암에 걸린 푸치니는 임종 전까지 작품 완성 걱정에 애를 태우다 1924년 11월 29일에 세상을 떠났다. 미완성 원고는 당시 토리노의 음악원장이었던 프란코 알파노(Franco Al-fano)에 의해 1926년에 완성돼 토스카니니의 지휘로 세계 초연돼 오늘날 명곡의 반열에 올라있다.


현대 이탈리아 오페라의 첫 문을 개방한 푸치니의 수많은 오페라 중 토스카는 1899년에 완성해 1900년에 로마에서 초연된 곡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비평가들로부터는 좋은 평을 받지는 못했다.

사르두(Victorian Sardou)의 동명의 회곡에 바탕을 둔 이 베리스모 오페라는 한 대본 작가가 "이 작품의 원작은 시뿐이고 줄거리가 없더니만, 푸치니의 오페라는 줄거리뿐이고 시가 없다"라고 혹평한 데서 당시 평단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청중들로부터는 열광적인 박수갈채를 받으며 토스카는 유럽에 대대적인 인기를 이끌 수 있었다고 한다.



푸치니는 이 곡 안에 서정적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과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를 삽입해 음악으로써 시정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 곡 2막에서는 정통 베리스모 오페라임을 입증하려는 듯 카바라도시의 고문, 토스카의 살인과 스카르피아의 신음소리, 시체 옆에 촛대를 놓는 토스카 등 줄거리의 긴박한 전개와 심리적 긴장을 여실히 묘사하고 있다.

회화적 정경 묘사의 대가로 평가되고 는 푸치는 '라 보엠'의 피날레에서 그랬던 것처럼 '토스카'의 마지막 장면에서도 확연하게 음악적 어법을 발휘했다.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 3막에서 주인공 토스카가 안젤로 성벽에서 불행한 최후를 맞이하러 갈 때 카바라도시의 '별은 빛나건만' 아리아가 불려진다.

전 세계 음악 애호가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이 아리아의 전주 부분에서는 별빛이 반짝이는 밤하늘이 점점 밝아지면서 새벽으로 이어지는 풍경이 절묘한 색채의 관현악으로 녹아든다. 이에 따라 감상하던 청중들은 어느새 곡 속으로 빠져 들며 어두운 새벽, 마음에 별 하나를 장식해 아름다운 밤을 선물해준다.


푸른 하늘을 찾기 어려운 지금 푸치니가 다시 태어난다 해도 이 걸작을 다시 남길 수 있을까? 아마 별이 보이지 않는 작금의 하늘 아래에서는 이와 같은 명곡을 탄생시킬 영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강원도에는 평상시에 볼 수 없던 수많은 별들이 빛나고, 부모님은 다음에 또 별을 보러 가자며 올해도 강원도 갈 준비를 하신다. 아직 우리는 푸른 하늘로 되돌아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돌이킬 수 없는 시점에 도달하기 전 푸른 하늘을 지키기 위해 각자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하여 미래세대에게 푸른 하늘과 하늘을 수놓는 수많은 별들을 돌려주어 고향에서도 강원도의 별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한다면 우리에게도 제2의 푸치니가 ‘별은 빛나건만’과 같은 곡으로 더 풍족하고 아름다운 밤을 보낼 수 해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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