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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ppyhour Jun 24. 2020

어느 90년대생이 마음에 구멍이 난 아무 90년대생에게

우리의 부모가 가장 찬란할 때 태어나 경쟁 과열로 너덜너덜해진 90년대생




90년대 생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한국 사회가 가장 화려했던 시절, 부자가 될 수 있던 기회가 많았던 시절, 대학만 졸업하고 마음만 먹으면 대기업에 입사도 수월했으며 마음만 먹으면 공무원은  그냥 될 수 있었다.


오히려 “내가 대학까지 나와서 공무원 하냐?!”라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2020년대에 살고 있는 90년대생인 우리는 9급 공무원도 경쟁이 치열해서 하늘에 별따기다.


1990년대 태어난 우리는 가장 화려했던 부모님 밑에서 첫 번째 금융위기 ‘IMF’ 사태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었다. 윗 세대였던 우리 부모님 세대가 아무런 사회의 안전망 없이 구조조정과 파산한 기업들을 보면서 버텼고 그 사이에서 우리는 성장했다.


  이런 환경과 사회를 겪다 보니 나의 학창 시절 장래희망란에는 더 이상 ‘대통령’ ‘ 발레리나’ ‘ CEO’ 등등 볼 수 없게 되었다. 그 대신 ‘ 공무원’ ‘선생님’ ‘ 회사원’으로 자연스럽게 도전과 창의보다는 안정과 정년을 먼저 생각하는 아이로 성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열정과 패기보다는 워라밸과 복지를 더 중요시 여기게 되었고 큰 꿈보다는 작고 소박하지만 평범함 속에서 기쁨을 찾으려는 세대가 되었다.



우리의 대학생 때는 주변에 공무원 준비로 기본 2-3년 휴학을 하고 노량진 고시촌에서 공부하는 친구들이 있었고 대학 입학과 동시에 캠퍼스의 낭만보다는 취업을 하기 위해 장기 플랜을 짜고 스터디 그룹에 들어가기 바빴다.


강남 대치동 엄마들의  치맛바람으로 학창 시절 학원 순례를 돌던 그 친구들은 무한 경쟁으로 입학한 후 엄마의 더 업그레이드된 치맛바람으로 취업을 위한 자격증 학원을 순례하는  그런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사회는 토익의 중요성을 말하더니 오픽과 토스를 더 요구하게 되었고 아이러니하게도 아무리 고득점자라도 외국인 앞에 서면 영어 벙어리가 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모든 전 국민이  토익학원과 스피킹 학원에 적게는 몇십에서 많게는 백까지 ‘투자’한다.


대기업은 점점 공채인원을 줄이고 신입 채용이더라도 중고 신입이 넘쳐난다. 그 순번을 내달고 그저 뽑아만 주면 열심히 하겠다고 외쳐되었지만 스펙란 몇 줄로 그 사람을 평가해버리는 시대에 우리는 회색빛을 띄는 사람일 뿐이다.



모재벌 엄친딸 엄친아처럼 태어나보니 금수저 할아버지와 아빠가 아니면 건물주가 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해야 하며 내 집 마련도 먼 얘기만 같다.


학창 시절 자유로운 영혼이지만  끊임없는 경쟁사회 살고 학교에 가면 늘 기본 순번  50번까지 학급에 기본이었던 90년대 베이비붐 세대. 나의 세대 90년 대생들은 대학도 들어가기 전에 번아웃이 될 지경이었다. 너무나도 경쟁에 지쳐있었다. 취업도 결혼도 경쟁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세상에 우리는 그렇게 던져졌다.



하루는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오빠랑 연락을 했다. 한의사가 꿈이었던 오빠는 3수 끝에 공대생이 되었고, 공대가 너무나도 적성에 맞지 않은 그는  꿈을 향해 금융권으로 입성했다. 업무 능력도 인정받으며 일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빠는 피곤과 지침으로 전화를 받았고 오늘의 하루를 버텨낸 무게가 있는 목소리로 ‘너무 지친다…. 이제 더 이상 경쟁하고싶지 않아...’라는 말 한마디가 나 또한 공감을 하게 되었다.



이런 90년대생에게 젊은이들에게 왜 도대체 원대한 꿈을 가지지 않냐고 왜 도전하지 않냐고 노력하지 않아서 그런 거라고 소리치는가......


해외취업도 예전에는 한국어+영어 이렇게만 해도 비자도 잘 나오고 회사를 골라갔다고 한다. 또 2-3년 안에 영주권도 수월하게 나왔다. 하지만, 내가 취업 준비를 할 때는 이미 윗세대가 그 자리를 꿰차고 있었으며 그들이 첫 직장을 구할 때 없었던 경력과 스펙을 요구하는 이상한 상황이 펼쳐졌다.


현재 2020년대를 살아가는 어느 90년대생이 아무 90년대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하고 싶었다.


얼마나 많은 실패를 했니.... 얼마나 좌절을 했니...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야.... 나도 이해해... 얼마나 속상했을까... 얼마나 힘들었니.... 그래도 다시  털고 오뚝이처럼 일어나길 래...항상 옳지 않아도  굳이 인정받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남한테 칭찬받으려고 사는  아니잖아...
-하루의 마음의 무게   g이라도 덜어주고 싶은 동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어느 90년대생이....-

위험한 곳을 과감하게 뛰어드는 것만이 용기가 아니다. 뛰어들고 싶은 유혹이 강렬한 곳을 외면하고 묵묵히 나의 길을 가는 것도 용기다.  - 드라마 ‘미생’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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