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가 훌쩍 지났어. 수요일, 일요일마다 네게 편지하기로 약속했는데 바쁘게 지내느라 또 하루를 건너뛰어 버렸네. 그래도 한 주를 마무리하는 밤에 이렇게 네게 편지를 하고 있는 이 순간의 공기가 참 좋다. 12월의 중순에 접어드는 지금은 밖의 한기가 방까지 느껴지는 것 같아. 잠깐이라도 외출하려면 포실한 목도리를 휘둘러매고 손에 입김을 호호 불어넣어야 그나마 버틸 수 있지. 연말에만 들리는 캐럴이 거리마다 울려 퍼지고 모두 시린 발로 총총 빠르게 걸어 다니고 있는 그런 계절.
추위를 유독 많이 타 힘들어하던 너인데 요즘은 겨울의 풍경을 왜 그토록 좋아하니? 네가 내게 살며시 묻지. 예전보다 사소한 것들에서 행복을 느끼게 되어서인 것 같아,라는 대답을 건네. 스스로가 늘 무언가를 배우며 삶을 채워가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며 행복을 찾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아. 그런 내게 당분간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말이 던져졌던 순간을 떠올리면 지금 다시 찾은 이 생활이 얼마나 감사하고 또 감사한지.
요즘 나는 말이야. 평일 저녁에 한번, 주말 오전에 한번 2시간 동안 요가와 명상을 해. 요가는 다른 운동보다 더 마음과 몸을 다스리는 수련에 가까운 것 같아. 하고 나면 한층 더 나를 알게 되는 시간이라 뿌듯해. 평일 점심시간엔 영어회화학원을 가고 저녁엔 숙제를 해. 새로 만난 선생님이 참 좋아. 나긋한 목소리를 듣고 있자면 시간이 빨리 가고 얼른 숙제를 해서 보내주고 싶게 하니까. 한 달에 두 번은 새로 등록한 독서모임을 가야 해. 그곳에 가길 위해 저녁엔 집에 와서 매일같이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 책은 참 신기해.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데도 늘 위로해 주니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랄까. 또 일주일에 두 번 네게 이렇게 편지를 써. 가끔은 두서없고 감정적이지만 지금의 나를 온전히 기록하고 들려줄 수 있어서 행복해.
나를 잠시 지켜본 사람이 이렇게 말했어. 당신은 참 단단한 사람이네요. 글을 쓰며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지혜를 지녔으니까요. 나는 솔직히 고백했지. 저는 애초에 말랑한 사람이라서 단단하고 싶은 마음에 이것저것 시도하는 거예요. 그 균형을 찾지 못할 때는 지나치게 말랑하곤 해요. 돌아오는 답변이 인상 깊었어. 참 좋네요. 너무 단단하면 부러지기 쉽잖아요. 때론 지나치게 말랑하고 때론 단단한 거죠. 사람이 그런 거죠. 단단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게 하는 좋은 말. 오래 간직하고 싶은 그런 말이었어.
처음 날 만나는 사람들은 나의 단단한 모습을 좋아하겠지만 나는 사실 스스로의 말랑함을 가장 큰 매력과 무기라고 생각해. 남들보다 말랑하기에 깊은 상처까지 위로하는 글을 쓸 수 있고 더 순수하게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으니 매 순간 후회 없을 수 있지. 그런 순수함은 오랫동안 잊히지 않고 곱씹게 하는 힘을 갖고 있어. 그래서 내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고 삶을 더 따뜻하게 꾸려갈 수 있다고 여기곤 해.
너무 단단하려고 애쓰지 말자. 부러지지 말아야 하니까. 가끔 말랑하고 가끔은 심지 곧게 서있자. 지금처럼 너와 나를 아끼고 배워나가면 건강하고 바르게 나아갈 수 있을 거야. 내일도 날이 춥대. 그곳도 그렇지? 감기 걸리지 않게 늘 따뜻하게 다니길.
12월의 어느 날,
말랑하고도 단단한 네 친구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