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난히 시간이 빨리 흘러간 것 같아. 시간에게 너의 속도만큼 내가 자라날 수 있게 조금만 기다려줘, 속으로 애원해보기도 했는데 누구에게나 공평한 그 아이는 늘 그랬듯이 쏜살같이 흘러가버리고 말았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12월, 마음이 괜히 뒤숭숭해지는 그 계절이 다시 찾아왔어. 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뭘 했지 싶다가도, 찬찬히 돌아보면 찬란했던 하루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며 안심하곤 해. 아쉬웠던 일들은 내년에게 맡겨두고 좋았던 날들은 인생의 한 페이지로 고이 간직하며, 나는 그렇게 2025년을 정리하고 있어.
이번 년도에 스스로에 대해 가장 크게 깨달은 게 있다면 나는 미움이나 불안을 오래 품기 힘든 사람이라는 사실이야. 누군가를 미워하며 분명 벌받을 거라고, 앞으로 더 힘든 일만 있으라고 저주를 퍼붓는 마음은 아무래도 내가 품을 수 있는 마음이 아니더라. 살다 보면 이해되지 않는 일도 많고 미운 사람도 생기기 마련이지만, 분명한 건 그 마음을 품고 있는 동안 가장 괴로운 건 결국 나 자신이라는 거야. 미움은 생각보다 울퉁불퉁하고 가시돋힌 구석이 많아서, 내 안의 밝은 에너지를 조금씩 갉아먹고 완성되어야 할 일들마저 미완성으로 남겨둔 채 제자리에 묶어두곤 하니까.
예전 같았으면 의문을 품고 미워했어야 할 것들을 올해는 미워하지 않는 연습을 했어. 나와는 다르구나,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지나가는 연습. 모든 행동에 이유를 붙이고 끝까지 이해하려 애쓰는 일이 때로는 너무 많은 감정을 요구한다는 것도 배웠거든. 그래서 2026년에는 미움 대신 사랑을 품고 살아보려 해. 한때 나를 바람처럼 스쳐 지나간 모든 것들을 진심으로 축복할 수 있기를. 작은 상처를 깊이 들여다보며 덧나게 하기보다는, 밴드 하나 붙이고 씩씩하게 또 내일로 걸어갈 수 있기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따라 삶의 장르가 달라진다는 생각을 해. 세상을 흑백으로 바라보면 아련한 흑백 영화일테고, 컬러풀한 색깔로 선명하게 색칠하다 보면 신나는 에니메이션이 되겠지. 사람도 마찬가지야. 자기가 자신을 어떻게 부르느냐에 따라 그 단어를 닮아가곤 하니까. 이제 더는 스스로를 불안이 많은 사람이라고 부르지 않으려 해. 대신 난 나에게 끊임없이 말해주고 싶어. 너는 사랑이 많은 사람. 그렇기에 너는 사랑스러운 사람. 선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사람.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굳건하고 단단한 사람. 경험에서 배움을 얻고 늘 나아가는 사람. 혼자여도, 누군가와 함께여도 너 그대로 행복하고 평온할 수 있는 사람.
세상을 조금 더 빛나게 바라볼 수 있다면 하루하루는 생각보다 재밌는 일들로 가득할 거야. 남은 올해도, 다가올 내년도 콧노래를 부르며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영화처럼 지내보자.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미리 걱정하느라 지금을 흘려보내기엔 우리의 오늘이 너무 아까우니까. 오래 품어온 버킷리스트였던 한라산에 오르고, 운동도 더 열심히 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나씩 늘려가고, 새로운 일에도 겁내지 않고 발을 들여보는 거야.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는 해내지 못할 일이 없으니까. 이미 가진 것들을 소중히 지키며 살아가는 나를 다름아닌 네가 애틋하게 지켜봐 주면 좋겠어.
올해도 나로 살아가느라 정말 고생 많았어!
2025년 12월,
네 친구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