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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Jul 12. 2019

서른 정도의 전문성

서른 랩소디

전문성은 어디에 존재할까?


한 분야를 오랜 시간 동안 연구하고 경험하여 그 분야를 잘 안다고 말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까? 일마다 다르겠지만 시간만 쌓인다고 전문성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면, 어떤 결과를 보여주어야 하는 것일까?  수많은 자격증 속에 있을까?


내가 자주 만나는 학생들의 눈으로 본다면, 나는 이미 ‘상상도 안 되는 나이의’ (마치 학생 시절에 나에겐 서른이 전혀 안 오는 것처럼 여긴 듯이 요즘 친구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전문가이다.


그런데 사회에서는 나보다 더 어른들과 일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나의 전문성을 인정해 주는 ‘척’한다. 만약 정말로 나의 전문성을 인정해 준다면, 두말할 리 없는 일에 꼭 한 마디씩 조언과, 한 마디씩 염려를 더하기 때문이다.


사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이기에 도움이 될 때가 많다. 중요한 것은 나의 태도이다. 머리로는 나를 위한 조언이라는 것을 아는데, 가슴속에서 ‘정말 나를 위한 조언인가’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필요로 할 때나 도와주지. 꼭 한마디 한다니까.’ 라고 짜증이 먼저 마중을 나간다.

그리고 슬며시 의심이 고개를 든다.

'혹시 저 사람이 지금 나를 무시하나?’,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고 지금 저런 말을 하는 것 아냐?


물론 나의 의심이 적중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나의 지나친 생각일 경우가 많다. 몇 번 참아보면서 알게 되었다. 작년에 나는 정말 무시당한 것처럼 화가 나는 순간에 ‘일단 지켜보자.’하고 기다려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 순간을 참았더니, '내가 지나칠 뻔했다 ‘라고 생각되는 시간들이 찾아왔다. 남몰래 가슴을 쓸어내렸던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렇게 누군가가 약간 기분 나쁠 수 있는 '조언을 투척할 때' 일단 나를 한 번 내려놓았다. 시간이 지나야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럼 나의 전문성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애초에 조금이라도 있기나 했을까?

진짜 전문성은 언제 생길까?



아무도 내 이야기에 ‘토를 달지 않는’ 그런 날이 오려면 몇십 년은 더 지나야 할 것이다. 아니, 사실 그런 날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백 년 가까이 사신 분이 강연을 해도, ‘그건 당신만의 경험이고’라며 토를 다는 사람들이 많다. 모든 사람들을 다 이해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서른 정도의 전문성은 ‘견딤’에 있는 것 같다.


인정을 받아 기가 팔팔한 날이 있고, 고개를 숙이고 참아야 하는 날이 있다. 일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는 세워졌다가, 다시 무너지기를 반복한다. 그런 순간들을 겪어가며 나만의 전문성이라는 것이 쌓여간다. 내가 원하지 않는다면 이 순간을 버티지 않으면 그만이다. 도저히 못해먹겠다면, 그만두면 된다. 그런데도 나는 이 바닥에 구르고 채이면서 ‘견뎌보기로 결정’한다. 견디기로 결심한데 이미 전문성이 있는 것이다. ‘잘 참았다’ 싶은 날들에 전문성이 +1 되는 느낌을 받는다.


이것이 나를 학대하는 것은 아니다.  진짜 나를 위한 존중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괴로움을 느낄 때’ 기쁜 것이 아니라,

괴로움을 견디고, 지나왔을 때’ 또 한 번 성장한 느낌에 기쁜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니면 무언가 쌓여 내가 진짜 전문가가 되는 날에는(도대체 그날이 언제인지 정말 모르겠지만) ‘남다른 전문가’, ‘남다른 어른’이 되어 있을 것이다. 7살의 어린애의 전문성도 인정해줄 수 있고, 15살 청소년의 전문성도 인정해 줄 것이다. 그저 ‘내가 더 오래 살았으니’, ‘내가 더 많이 해봤으니’로 상대방의 전문성을 무시하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가 옆에서 묵묵히 지켜봐 주고,

필요할 때 손을 내밀어 준다면 어떨까?

나를 무시한다는 생각보다 감사한 마음이 먼저 들 것이다.


그렇게 전문성을 키워갈 수 있다면

이 사회가 너무나 ‘꽃길’일까?  


아직은 ‘정글’인 사회에서 른들은 ‘견딤’으로, 전문성을 쌓아갈 수밖에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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