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단상(斷想)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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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얼거린다
무의식이 말한다
혼곤한 정신
창문을 열지 않아
불도 켜지 않아
그러고는
그러고는 어쨌더라
눈도 뜨지 않아
지층으로 나 있어 쇠창이 걸려있는 방
그늘 진 방은 날이 지나도 차게 식어있다
추워지는 바람과 창백한 하루들
그녀는 그 방에서 새벽과 밤을 지나
시간이 흐르다 흐르지 않게 되기까지
모로 앉아 먹지도 않고 잠에 들기만 했다
문을 열지도 그래서 닫지도 않고
어둠을 응시하는 밤들이 늘어만 갔다
퀘퀘히 들어앉은 공기를
삐걱거리는 두 짝의 폐로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그러다 이따금씩 울컥이는 눈물만 훔쳐내고
흘려내고 푸욱 젖어내고
끝없이 가라만 앉다가
진흙 속에 누군가 얼마나 깊은가 싶어 꽂아놓은 젓가락처럼
볼품없이 초라하게 축축이 박혀만 있었다
담쟁이조차 비켜가는 그늘에서
천천히 숨을 참고 눈을 감고 혀를 삼키고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죽어가는 흉내를 냈다
버려진 작은 귤처럼 오그라든 채
손도 발도 눈도 입도 잃어버린 채
안기는 법도 절규하는 법도 잊은 채
살아가기 위해 했던 일들을
하나씩 그만두었다
책도 읽지 않고
글도 쓰지 않고
밥도 먹지 않고
창도 열지 않고
불도 켜지 않고
문도 열고 닫지 않고
눈도 뜨지 않았다
언젠가 그녀도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원하고 그리워하던 때가 있었다
함께 하고 싶은 것들과
해주고 싶은 것들을
간직하고 끌어안았던 순간들이
불행해도 좋으니
함께이고 싶었던 시간들이
그녀를 위해
그녀 방의 창을 열면 보이는 화단에
꽃을 심은 사람이 있었다
그녀는 창을 열지 않아
꽃을 본 적 없었고
꽃은 무성히 자라
그녀의 비애를 가렸고
상실의 악취를 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