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단상(斷想)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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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요즘 어때
살아가는 것 말이야
힘들지 쉽지 않지 그런 거 말고
그만하고 싶냐고
나한텐 아무도 물어보지 않더라
하긴 물어보더라도
대답하지는 않을 거야
실은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거든
비밀인데 너한테만 말해줄게
다 그만하고 싶어
그치만 살고 싶지
사라지는 건 무섭잖아
침잠과 소강
내려앉고 흩어지는 감정의 무게들
데워진 마음의 사람들은 행복할까
어차피 식게 된다는 걸 알고 있을 텐데도
사랑의 본질은 추모라고 하잖아
언젠가 우린 다 사라져 버리고
잊히기 때문이겠지
언젠가 바다를 갔단다
부서지는 파도 앞에 있었지
어디서 왔는지 모를 더운 공기가 파도와 함께 흩어졌어
모래가 뒤엉켜 붉게 변한 거품 위로 하얀 안개가 날렸다
한참을 앉아있었다
난 잘못됐나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언제부터였을까
과정과 결론이 꼬리의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부서지는 파도를 따라 뒤이어 부서지고 또 부서지는 파도처럼 이어졌다
파도는 지치지도 않더라
바다는 참 신기하지 않니
서슬 퍼런 창해 속에 수많은 생명들이 살고 있잖아
고이지도 않고 넘치지도 않잖아
거짓말 같았어
새들은 하늘을 날고
저렇게 무심한 바닷속에도 삶이 있는데
이렇게 쉬운 내 삶은 왜 이모양인가
웃기지, 그치
바다는 왜 갔느냐고?
거기에 바다가 있으니까 갔지
그거 아니
사람의 심장이 60번 뛰는 동안
벌새의 심장은 1200번이나 뛴다는 거
코끼리의 심장은 25번
대왕고래의 심장은 고작 4번
시간의 같은 방향을 따라서 진동한다는 사실을
종착지엔 소멸인 그 시간들을
삶이라는 길을 내기 위해 쿵. 쿵. 쿵. 쿵.
뛰고 또 뛰어
파도처럼
밀려오고 부서지고 사라지는 바다의 맥박
파도도 언젠가 멈추는 날이 올까
언젠가 이 세상이 사라지게 되는 아주 먼 미래에는 말이지
세상은 어쩌면 커다란 하늘로 둘러싸인 장례식이 아닐까
얼마 전에는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어
분리수거 봉투가 찢어져서 쏟아졌다
근데 내가 어땠는 줄 아니
주저앉아서 울었다
5살짜리 꼬마애처럼 서럽게도 울었어
코가 빨개져서는 눈이 퉁퉁 불어 오를 때까지
나 참 위태롭지
살고 싶어서 그래, 살고 싶어서
그래도 다 울고
새 봉투를 꺼내 주워 담았다
살아가는 거지 이렇게
쿵. 쿵. 쿵. 쿵.
그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