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의 밤

_단상(斷想) 모음집

by JJ

이러려고 온 게 아닌데

원래는 바다나 쳐다보고 있으려고 온 게 아닌데

본래 항상 시작은 어떻게든 견뎌내 보려고

짓누르는 우울을 털어내 보려고

괜찮은 사람처럼 살아보려고 온 건데

애초에 이길 수가 없었던 싸움이었던 거지

나 같은 게 어떻게 싸워보겠다고 그치


너와 어울리지 않았던 사람이었던 것처럼

그저 단지 내가

우울과 어울리는 사람일 뿐이다

걱정할 필요 없어

하나도 걱정할 필요 없다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난 원래 이랬으니까

난 원래 이런 사람이니까


나는 꽃 대신 아집이 피어나는 메마른 땅이고

오만이 고이고 썩어버린 강물이며

시기와 질투가 뒤엉켜 덤불처럼 우거진 숲이다

나라는 존재는 추악하고 탐욕스러운 독

짓무르는 고름과 부패하고 불결한 파멸

사랑은 스며들 수 없는 폐허이자

연민은 허락할 수 없는 불모의 생이다


이런 나도 사랑받고 싶었던 어렸던 날이 있었고

그날에 나는 유난히 바다를 좋아했다

오래 앉아 바라보는 걸 제일 좋아했다

소멸과 탄생을 동시에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바다는 넓고 크니까

바다는 나에게 어른이었고

그 자체로 삶이었으니까

그래서인가 계속 바다로 돌아오는 이유가


누구나 그렇듯 누구도 대신 견뎌줄 수 없는 불행을 나는 참고 버티며 살아왔다

보란 듯 보이지 않게 감추고 숨겼다고 해도

나에게 어울리는 것이 우울이 아니게 할 수는 없었고

누군가 내게 사랑을 줄 때면 나는 돌려주지 못할까 봐 두려웠으며

내 날선 감정은 주변에 닿는 모든 것들을 찌르고 아프게 했고

어른이 되면 모든 게 괜찮을 거라 생각하며 지냈던 어린 날의 나에게 하는 사죄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늦은 시간들에 대한 회상

푸른빛의 새벽과 아무것도 남지 않은 공허의 밤


시간이 흘러 모든 것을 잃고 떠나온 새벽바다에 앉아

부서지는 포말아래 하염없이 불안한 나는

바다도 잊은 존재

찾아오지 않는 봄과 춥고 어두운 검정

그래도 걱정하지 마

여기가 난 좋아

기다렸던 너는 오지 않고

기대했던 무지개는 뜨지 않았듯

겨눠볼 수 없는 삶은 유서에 적었고

아가미를 찢어 물속에 집을 지었다

텅빈 위장 아래로 생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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