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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광호 Oct 26. 2019

이철희 의원 인터뷰 중

정치가 엉망인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지금의 정치는 상대가 죽어야 내가 사는 정치다. 선거에서 이긴 쪽이 권력을 잡아도 100석 이상 가진 야당이 반대하면 아무것도 못한다. 우리가 야당일 때도 마찬가지였다. 야당은 여당이 뭘 하든 안된다고 하는 ‘봉쇄 전략’을 쓴다. 봉쇄 전략을 써서 집권한들 또다시 봉쇄당한다. 누구도 성공할 수가 없다. 이런 정치가 이어지면 국민만 힘들어진다. 정치에는 양보할 수 없는 대결의 영역과, 타협 가능한 민생·경제의 영역이 있다. 비중이 훨씬 큰 후자에선 타협하면 되는데, 전자 때문에 안된다. 여야 간에 견해차가 별로 없는 법안조차 묶어버리는 정치가 일상화하고 있다. 


판갈이를 해야 한다. 선거제도 바꾸고 개헌도 하고. 시작은 젊은 사람들이 들어오는 거다. 20~30대가 스무 명만 민주당에 들어오면 달라진다. 다른 당에서도 따라올 테고, 그렇게 20~30대 의원이 서른 명만 되면 국회가 역동적, 미래지향적으로 간다. 20~30대가 삶의 현장에서 가장 고통스럽지 않나. ‘386세대’는 사회적으로 장기집권했다. 20~30대가 사회적 룰을 짜는 국회에 들어와 세대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때 ‘386’ 위주의 기득권 구조 깰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물갈이를 넘어 판갈이도 가능하다.”


-젊은층은 아무래도 당내 경선에서 불리하지 않은가.


경선이 외상 민주적 제도이지만, 현역에 유리해서 결과적으로는 기득권 유지의 기제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 당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영역이 비례대표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린 선거법안에 따르면 비례대표가 75석이 된다. 의지만 있다면 이 중 20~30석을 청년층으로 공천할 수 있다.


정치권 안에 청년층 어젠다(의제)를 밀어붙이려는 세력이 없다. 20~30대가 들어와 집단의 힘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게 해법이다. 이번 총선 공천에서부터 문을 열려면 자리를 비워야 한다. 누가 비울 것인가? 386세대가 20년을 했다. 옛 선비들이 그랬다더라. 관직 나아갈 때는 한 박자 늦게, 물러날 때는 한 박자 빨리 해야 한다고. 축구동아리를 하나 하는데, 제 나이 정도 되면 골키퍼나 후보선수로 물러나야 한다. 이 나이에 스트라이커 하겠다고 하면 안된다. 우리가 비켜줘야 한다. 내 자식 세대가 올라오는데, 국회의원 아니더라도 사회에 기여할 길이 있다. 모두가 3선, 4선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개혁과제가 많다. 다만 의제마다 저항세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순위를 판별해서 이기는 싸움을 하고, 계속해서 이길 수 있는 지형을 만들어가야 한다. 특히 약자·소수자들을 어떻게 정치적으로 대표시킬 것이냐 고민해야 한다. 미국의 오바마, 캐나다의 트뤼도는 40대에 지도자가 됐고 뉴질랜드 여성 총리 아던도 30대다. 우리도 40대 총리·30대 장관 한 번 만들어 보자. 30대가 뭘 알겠느냐고? 그러면, 50~60대는 잘하던가?


-20대 국회의원 임기를 마친 뒤 계획이 있나.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다. 너무 야심차게 들리겠지만, 100년 뒤에도 읽힐 만한 책 한 권 쓰고 싶다.


-김민아, <“정치의 한심한 꼴이 부끄러워”…총선 불출마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 경향신문, 2019.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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