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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광호 Dec 18. 2019

다문화주의자_1


1    


“다문화주의는 실패했습니다. 유럽을 보십시오. 자국 사회와 통합을 거부하는 600만 무슬림 인구를 거느린 프랑스를 보십시오. 그들은 이미 돌이킬 수 있는 지점을 넘어섰습니다. 이번 세기 중반쯤 되면 프랑스는 다수의 백인 노령층과 그들보단 소수이지만 젊고 강력한 이민자들로 양분될 것입니다.”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진행된 그날의 토론에 패널로 참석한 송우석이 차분하면서도 냉소적인 얼굴로 말했다. 마른 체구에 잘생긴 얼굴, 짙은 눈썹이 인상적인 오십대 초반의 남자 송우석은 보수 논객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잦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게 볼 수 없는, 진보도 보수도 아닌 독특한 자기주장을 내세우는 시사평론가였다. 혹자는 그를 민족주의자라 규정했고 또 다른 이들은 극우주의자라 평가했지만―우습게도 정반대로 그를 극좌로 분류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었다―그는 자신을 이념으로 규정하려하는 모든 시도에 반대하며 꾸준히 독자적인 길을 걷는 중이었다. 


그는 3년 전 모 대학의 겸임교수직을 맡아 ‘교수’로 불리고 있었는데 그 자신은 ‘작가’로 불리는 것을 가장 선호한다고 했다. (그가 쓴 한 권의 소설과 아홉 권의 정치/사회비평서는 특유의 과격한 언어로 적지 않은 물의를 일으켰었다) 


사회자는 생산가능인구 감소 추이에 근거해 이주노동자 수용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모 교수의 논문에 대해 짤막하게 소개한 후 패널들에게 논문이 지적한 문제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송우석은 차분한 어조로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염려하는 위기론은 과장됐으며 이주노동자의 한국경제에 대한 기여도는 과대평가되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국내의 실업인구와 이주노동자의 수를 비교하며 일자리 잠식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위해 공격적인 활동을 펼치기로 유명한 단체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 사람들’의 대표 한성주가 빠른 어조로 그렇게 말했다.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인 노동자들이 기피하는 열악한 분야에서 일하며 우리 경제에 막대한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농업, 어업, 건설업, 주조, 용접 같은 분야에서 말입니다. 이런 분야는 매우 중요한 영역이지만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분야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 자신이 이주노동자 2세인 한성주는―그의 부모는 이십여 년 전 한국으로 이주한 조선족이었다―깔끔한 외모와 설득력 있는 주장으로 진보성향의 젊은 층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는 스물아홉의 청년이었다. (중키에 하얀 피부, 검고 숱 많은 머리카락과 붉은 입술을 지닌 그는 소년적인 매력을 강하게 풍겼으며 실제 나이보다 다섯은 어려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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