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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광호 Dec 23. 2019

다문화주의자_4

“동의합니다.” 아직 다 끝나지 않은 한성주의 발언을 자르며 송우석이 말했다. “현재의 고용허가제는 부도덕한 제도입니다. 저는 그 제도에 의해 피해를 입는 이주노동자의 수가 줄어들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가 아무리 그런 주장을 해도 이 나라는 인구구조상 어쩔 수 없이 계속해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이주노동자 유입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일본이 고령화의 심화로 간호간병 인력이 부족해지자 베트남인들에게 해당 분야의 일자리를 대폭 개방한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니까 어느 정도는, 어쩔 수 없다는 말이지요. 그럼에도 저는 심화되는 노동인구 부족에 대한 장기적인 해결책은 현재 실업상태인 국내 노동인구의 취업률 제고와 청년세대의 혼인율·출산율 제고에서 찾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인종과 문화, 가치관이 다른 외국인의 대량 유입에서가 아니라 말입니다. 그리고―” 


송우석은 잠시 말을 멈추고 자신 앞에 앉은 취재진들을 바라보았다. 동의를 구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이 나라에는 통일이라는 문제도 있습니다. 만약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상당수의 북한 노동인구가 남한 노동시장에 유입되게 될 것입니다. 물론 그 일은 어느 시점에서 이루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어쩌면 우리의 막연한 예측보다 훨씬 더 빠를 수도 있고 훨씬 더 늦을 수도 있는 불확실한 사건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장기적인 인구정책의 수립에 있어 반드시 고려해야할 사항입니다.” 


한성주가 빠른 목소리로 반박하고 나섰다. 


“말씀하신 통일 후 북한노동력의 유입에 대한 기대는 일종의 내부식민지를 만들자는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많은 수의 북한지역 노동자들이 남한으로 내려오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펼친다면 북한 지역은 공동화되고 낙후되게 될 것입니다. 그런 정책은 절대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현재 북한의 출산율은 우리보다 조금 높은 수준입니다. 북한 또한 조만간 저출산으로 인한 인력 부족에 직면하게 될 거란 말입니다. 출산율은 통일이 되고 자본주의 시스템이 뿌리를 내리게 되면, 지금보다 더 낮아지면 낮아졌지 높아지긴 힘들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북한이 통일 후 한반도의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해줄 방안이 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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