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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광호 Dec 24. 2019

다문화주의자_5

송우석은 반박하지 않았다. 수치상 사실임이 분명한 주장에 대해선 억지를 부리는 구차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전략 같았다. 


“좋습니다. 그 주제에 대해서는 한 대표님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다시 아까의 주제로 돌아가도록 하지요. 워낙 민감한 문제라서 좀처럼 언급되지 않지만, 인종과 문화, 가치관이 다른 타민족이 대규모로 유입되어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는 없습니다.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듣게 되는 다문화주의에 대한 예찬은 절반의 진실이라는 것을 알아야한다는 말입니다. 끊임없이 발생하는 테러와 인종·문화적인 갈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유럽은 차치하고라도 비교적 이주민의 사회통합에 성공했다고 자부하는 이민자의 국가 미국을 보십시오. 도널드 트럼프가 왜 신규 이민자의 유입에 대해 그토록 극성스럽게 반대하겠습니까? 단기간에 지나치게 많은 타문화권 인구가 유입되는 것이 실제로 사회적 혼란을 일으키는 측면이 있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저는 우리의 이주노동자 문제나 다문화정책도 보다 실제적인 현실에 기반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동력이 부족하니까,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니까 이주노동자를 더 많이 불러와야해, 가 아니라 말입니다. 우선적으로 국내 노동인구를 최대한 활용하고 결혼과 출산을 용이하게 하는 제도적 지원을 강화하여 우리 안에서 인구 재생산이 가능하게 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사회통합에 적절한 수준의 이주노동자 유입선을 결정하고 그 수준에 맞게 인구유입을 통제해야 합니다. 유럽의 사례를 보더라도 총 인구에서 차지하는 이주민의 비율이 10% 수준에 다다르게 되면 필연적으로 혼란이 발생합니다. 우리는 아직 그 정도는 아니지만 지금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머지않은 시일 내에 우리도 충분히 유럽 수준에 육박하게 될 것이 확실합니다. 그때는 이미 후회해도 늦습니다. 지금부터―”


더는 참지 못한 한성주가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치며 외쳤다.


“어떻게 이 자리에서 저런 인종주의적 발언이 나올 수 있는지 심히 통탄스럽습니다! 이것은 다문화사회 자체를 부정하는 발언입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5918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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