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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광호 Dec 30. 2019

다문화주의자_8

그가 살고 있는 이곳은 금호동의 작은 오피스텔이었다. 회사가 있는 광화문과 가까워 선택한 곳이었는데 거의 잠자는 용도로만 사용하고 있었다. 아니, 한 달에 대여섯 번은 다른 곳에서 잤으니까 잠자는 용도로도 사용하지 않는 날이 많았다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이 공간을 청소한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했다. 쌓여 있는 빨래더미와 터져나가기 직전인 쓰레기통이 그 사실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는 가볍게 한숨을 쉰 후 돌아오는 토요일엔 꼭 밀린 빨래를 하고 청소도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가 오늘 있었던 토론회에 참석하게 된 것은 최근 연재 중인 기획기사 <다문화사회, 대한민국의 미래>의 여파 때문이었다. 이 기사에 대한 반응은 제법 뜨거웠다. 직접 신문사로 전화를 걸어와 제보를 하고 싶다고 했던 사람만 6명이나 있었고, 각각의 기사에 달린 댓글도 수백 건이나 되었으니까. 그러나 그가 그 기사를 쓰게 된 이유는 그런 반응을 기대해서는 아니었다. 보다 심각한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언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인가에 대한 물음의 일환으로 감행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랬다. 그는 최근 들어 부쩍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기자 일을 하는 것이 맞는가에 대해서. 그는 신문기자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변화되어가는 미디어 환경에서 신문이 경쟁력을 상실한 것은 분명했다. 그럼에도 신문은 자신을 만드는 이들에게 특유의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를 주는 습관을 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에 비해 아주 높다고는 할 수 없는 급여를 제공하는 습관도. 그러나 그런 것들이 그가 기자 일을 그만두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 이유의 전부는 아니었다.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는데, 그것은 함께 일하는 선배들을 보며 느낀 감정이었다. 그 감정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이랬다. 


“저렇게는 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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