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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광호 Jan 06. 2020

다문화주의자_12

그녀는 뛰어난 미인은 아니었다. 그러나 우아하고 자기 색깔이 분명한 여자였다. 성격 또한 그와 잘 맞았다. 그는 애교 있고 장난스러운 성격의 여자를 좋아했는데 그녀에게는 그런 면이 있었다. 물론 그 반대의 성격도 지니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녀 또한 많은 다른 젊은 여자들처럼 종종 우울해하곤 했다는 말이다. 하긴, 때때로 그러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다만 그런 상태가 아주 진지한 현실적인 문제와 함께 얽혀 표출되게 될 때는 썩 유쾌하지 않은 상황을 초래하곤 했지만 말이다. 


“근데 말이야.” 그가 다소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언젠가 한번 얘기했던 것 같은데, 지금 하고 있는 일, 계속하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어…….”


그녀는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머그잔을 들어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신 후 말했다.


“나도 가끔 그런 생각해. 근데…….”


“근데?”


“뾰족한 다른 수가 있는 게 아니잖아.”


“뾰족한 다른 수가 없으면 맘에 안 들어도 그냥 참고 쭉 있어야 되는 거야?”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라―”


“그럼 어떤 뜻인데?”


그의 날카로운 반응에 조금 전까지 밝았던 그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는 자신의 태도가 지나쳤다고 느꼈다. 일주일 만에 겨우 시간 내서 만난 건데 이렇게 말다툼이나 벌이려 하다니.


“난…” 그녀가 말했다. “오빠가 하고 싶은 일 했으면 좋겠어. 다만……”


“다만 뭐?”


“그게 무엇인지가 명확해진 다음에 그랬으면 좋겠어.”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얼굴에 갑자기 피곤한 기색이 돌았다. 가벼운 화장으로 가려져 있던 입가의 엷은 주름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녀도 이제 서른둘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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